​바이든 "전기차는 미래 핵심 산업"...'중국 견제·인프라·탈탄소' 1석3조

2021-08-0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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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산업을 향후 핵심 미래 산업으로 지목했다. 전기차 산업이 자국의 인프라(기반시설) 재건 사업과 탈탄소 정책을 아우르는 미래 경쟁력의 열쇠라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을 최소 40%에서 최대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발표에 앞서 '친환경차·트럭 분야에서의 미국 리더십 강화에 대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 on Strengthening American Leadership in Clean Cars and Trucks)'에 서명했다.
 

5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 지프차 '루비콘'을 시승 중이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날 발표 자리에는 미국 3대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가 동석했다. 스텔란티스는 올해 1월 미국·이탈리아 합작 기업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그룹과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엥(PSA)그룹이 합병해 출범한 업체다.

이날 이들 업체는 해당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자사의 전기차, 연료전지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 비중을 40~50%까지 올리겠다는 약속을 담은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아울러, 해당 발표 이후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와 일본 도요타자동차·혼다 역시 해당 목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고, 일본 닛산의 경우 2030년까지 자사의 미국 자동차 판매량의 40% 이상을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이 외에도 미국 백악관은 2030년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미국 교통부와 환경보호청(EPA)이 새로운 연비·오염 방지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당 방안이 지난 2019년 캘리포니아주가 마련한 기준에 준할 것이라면서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오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연간 연비를 3.7% 개선하도록 규제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 중국 잡을 산업 무기'...美의회 인프라 법안 표결 압박까지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 계획'이 시의적절하게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미국 의회의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지난 6월 기준 미국의 신차 판매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2.2%에 불과했는데, 자국의 전기차 보급 상황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제조업·공급망 기술 연구, 전기차 구매 지원금, 전기차 충전소 구축 등에 대규모 연방정부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 계획에서 전기차 관련 예산으로 1740억 달러(약 199조원)를 요구한 상태다. 해당 예산은 전기차 구매 지원금 명목의 1000억 달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전기차 충전소 구축 비용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전후로 미국 전역에 50만개소의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그러나 현재 미국 상원에서 논의 중인 1조 달러 규모의 1차 인프라 투자 법안에는 해당 예산 중 전기차 충전소 건설 명목의 75억 달러만 반영된 상황이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해당 법안에서 미국 전역의 전력망 확장 계획으로 배정된 730억 달러 역시 전기차 충전소 구축 비용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해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국 내 전력망 보수가 필수적인 단계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한다 해도 미국 의회가 논의 중인 전기차 관련 투자 비용은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국제청정교통협의회(ICCT)는 향후 미국의 전기차 판매 비중이 전체 신차 판매의 36% 수준으로 늘어난다면, 지난해 기준 21만6000개소에 불과한 미국 전역의 전기차 충전소가 2030년까지 240만개소로 늘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의회가 이달 안으로 인프라 투자 법안을 처리해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회계연도가 바뀌는 오는 10월(2021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부터 관련 사업에 바로 착수하기 위해서다.

현재 인프라 투자 법안은 상원에서 각각 1조 달러와 3조5000억 달러의 규모로 나누어 법안을 심의 중이며 법안 표결이 임박한 상태지만, 여전히 야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합의에 진통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여당인 민주당 지도부는 초당파 합의를 통해 도출한 1조 달러 규모의 1차 법안의 표결을 이달 여름 휴회 전에 마무리하고 2차 법안은 예산조정권 행사를 통해 여당 단독 표결로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울러, 이날 바이든 행정부가 인프라 투자 법안 통과를 촉구하면서 전기차 산업을 콕 집어 강조한 것은 현시점에서 전 세계 전기차 산업의 강자로 자리 잡은 중국을 겨냥한 행보로 풀이할 수도 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여러 차례 중국을 직접 언급하며 자국 내 전기차 산업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빠르게 성장 중인 전기차 시장 중 하나로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은 배터리인데, 현재 세계 전기차 배터리 공급량의 8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미국의 대학과 연구소, 자동차 업계가 해당 기술의 개발을 주도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전기차 배터리 기술은 미국의 납세자들이 낸 돈으로 개발했지만, 이젠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소유하고 있기에 우리(미국)는 이 게임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차 산업을 핵심 미래 산업으로 지목한 배경에는 '중국과의 체제 경쟁' 기조가 깔려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전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의제를 실행하는 것이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의 경제력을 유지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면서 의회가 인프라 투자법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방문한 옐런 장관은 공개 강연을 통해 인프라 투자법이 포함한 전기차 충전소 구축 등 교통·도로·수송 분야 혁신이 미국 전역의 고른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이제 무너진 경제의 토대를 바로 잡을 기회가 왔고, 그 위에 이전보다 더욱 공정하고 강력한 경제를 건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사진=CNBC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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