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선의 중국보고]'시진핑 사상'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2021-08-0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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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규제 칼날은 어디로···" 힌트는 인민일보에 있다

이론적 체계 형성해가는 '시진핑 사상'

인민·공산당 영도·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가 핵심

(왼쪽)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 1면과 중국 공산당 이론잡지 '구시' 표지와 내용. 



<편집자주> 보고는 세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See’ 보다, ‘Report’ 보고서, 그리고 ‘Treasure’, 보물창고(寶庫)라는 뜻입니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매일같이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 등 다방면에서 중국 관련 소식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를 직접 보고 경험하고, 보물처럼 소중히 보관하고, 기록한다는 의미에서 ‘중국보고’라는 코너를 연재해 중국 주요 소식들을 알기 쉽게 전할 계획입니다.

"중국 인민일보 1면을 매일 보세요."

중국 전문가들한테 중국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던질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중국 신문 중에서도 읽기가 가장 지루하고 재미없다. 중국 국가 지도자 연설과 동정 일색인 신문은 추상적이고 사상·이론적 색채가 가득하다.

그런데 앞으로 중국에 투자하거나 거래하는 사람이라면 인민일보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인민일보 뿐이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발간하는 이론잡지 '구시(求是)'라든가, 국가 지도자 중요연설이나 발언 등은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기에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앞으로 나아갈 정책 방향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中 규제 칼날은 어디로···" 힌트는 인민일보에 

지난주 중국 증시를 발칵 뒤집어 놓은 중국 정부의 사교육 규제 폭탄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사설학원을 비영리기관으로 전환하고, 국영수 사설학원 설립을 금지하고, 외국기업의 중국 교육업체 투자를 금지하는 등의 초강력 규제가 시장을 공포감으로 몰아넣었다. 학생들의 학업 부담과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교육을 말살한다는 우려 목소리까지 나왔다. 중국본토·홍콩·뉴욕증시에서 중국기업 시가총액 수백조원이 증발했다는 집계도 있다.

그제서야 투자자들은 몇 달전 심지어 몇 년전 인민일보에 보도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을 되짚어보며 거기에  아주 '사소한 힌트'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지난 3월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교육 불공평 문제, 명문학군 아파트 투기 문제 심각성을 지적했다. 5월에도 ‘중앙개혁전면심화위원회 회의'를 통해 사설학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교육업이 영리를 취하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이보다 앞선 3년 전 전국교육대회 석상에서는 중요연설을 통해 "중국특색 사회주의 교육의 발전 노선을 견지하라", "인민을 중심으로 한 교육을 발전시켜라", “점수, 진학, 졸업장, 논문, 학벌만 중시하는 고질병을 극복하라”, “학교의 존엄을 지키고, 학생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추상적인 내용의 이 연설에 주목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더군다나 3년 후 이것이 '사교육과의 전쟁'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몰랐을테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교육 정책에 대한 중국의 갑작스런 변화가 노련한 투자자조차 시진핑을 비롯한 최고 지도부 발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재검토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제 다음 규제 타깃을 찾기 위해 투자자들이 시진핑 주석의 과거 연설을 찾아보고 있다고도 했다. 

중국은 앞으로 최소 5년은 더 '시진핑 시대'가 이어질 것이다. 내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진핑의 국가주석 3연임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일단 상부 결정이 내려지면 9000만명 당원이 반드시 지지하는 상명하복식 구조다. 최종 의사결정권을 의미하는 '핵심' 지위를 거머쥔 시진핑 주석의 생각이 중요한 이유다.
 
이론적 체계 형성해가는 '시진핑 사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CMG제공]


최근 들어 '시진핑 사상'이 다시금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진핑 사상,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의 줄임말이다. 2017년 10월 중국 19차 당대회에서 공식 언급됐다.

시진핑 사상은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론, 과학발전관과 함께 당 지도사상으로 당장에 이름을 올렸다.

시진핑 사상은 크게 '5위1체'와 '4개 전면'으로 이뤄진다. 5위1체는 정치·경제·사회·문화·생태문명 건설을 종합적으로 추구한다는 것이다. 4개 전면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누구나 넉넉하고 풍족한) 사회 건설 △전면적 개혁심화 △전면적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의한 통치) △전면적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을 말한다.

하지만 개념이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해 처음엔 중국학자들조차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진핑 사상은 차츰 이론적 체계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현재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교육부, 생태환경부, 베이징시, 장쑤성, 저장성, 광둥성, 베이징대 등 각 지방정부, 중앙부처, 주요 대학 등 18곳에 시진핑 사상 연구중심도 설립돼 시진핑 사상을 연구하고 이를 적극 선전·지도하고 있다.  
 
인민·공산당 영도·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가 핵심

최근 중화권매체 둬웨이망은 시진핑 사상을 크게 '인민을 중심으로, 공산당 영도의, 중국특색 사회주의'로 요약했다. 

시진핑 사상은 인민이 최우선이다. 인터넷기업이든, 사교육기업이든 인민의 행복을 증진하는 데 기여해야지, 인민을 착취해 폭리를 취하면 용납할 수 없다. 

시진핑 사상은 "동서남북, 당이 모든 걸 영도한다"고 강조한다. 2018년 개헌 당시 헌법 총칙 제1조에도 '중국 공산당 영도는 중국특색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 특징이다"는 문구를 새로 추가했다.  당의 영도를 통해서 비로소 인민들이 공동부유를 이루고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이라는 중국몽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당의 영도를 위협하는 건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가차없다는 걸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사회주의다. 과거 덩샤오핑 시대엔 중국 경제발전을 위해 서구 자본주의를 벤치마킹해 사회주의에 접목시켰다. 결과적으로 경제 고속성장을 이뤘지만 양극화, 자본의 팽창같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를 해결하고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시진핑은 다시 사회주의 체제 우월성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마오쩌둥의 혁명국가 건설을 위한 사회주의, 덩샤오핑의 경제발전을 위한 자본주의가 결합된 중국특색 사회주의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라 부른다. 

올해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은 중국은 이제 신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의 일류국가로 도약하는 길을 이끌 핵심 지도사상이 시진핑 사상이다. 우리가 중국을 더 알기 위해 시진핑 사상을, 시진핑 연설을, 인민일보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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