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中사교육과의 전쟁에…'학원재벌' 신둥팡의 추락

2021-07-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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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둥팡 주가 하루새 반토막···시총 7조원 증발

사교육 '대부'에서 '원흉'으로···창업주의 '눈물'

내부적 구조조정 논의...어린이집 제안도

中교육시장 투자한 '큰손'들···앞다퉈 탈출

홍콩증시서 신둥팡 주가 흐름[아주경제 DB]



"교육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둥팡이 반드시 존재하리란 보장은 없다."

5년 전인 2016년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의 예언이 최근 들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신둥팡(新東方·뉴오리엔탈그룹)은 중국의 메가스터디 격이라 할 수 있는 중국 최대 '학원 재벌'이다. 중국 학부모의 뜨거운 자녀 교육 열풍에 힘입어 30년 가까이 고속 성장했다.

그런데 올해 신둥팡이 창립 약 30년 만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 정부가 '사교육과의 전쟁'을 전면 선포하면서다. 중국 지도부는 양극화와 저출산 문제의 '원흉'으로 사교육을 지목하고 있다. 사교육이 교육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자녀 교육비 부담을 늘렸다는 게 이유다.
 

'중국 사교육 대부' 위민훙 신둥팡 창업주. [사진=로이터]

 
'사교육과의 전쟁' 벌이는 중국

중국 당중앙과 국무원은 지난 23일 초·중·고 학생들의 학업 부담과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을 발표했다. '두 가지를 줄인다'는 뜻에서 '솽젠(雙感)' 정책이라 줄여서 부른다.

구체적으로 초·중·고 학생에게 예체능 이외에 국·영·수 등 교과목을 가르치는 사교육업체 설립을 금지하고, 현존하는 관련 사교육 업체도 모두 비영리성 기관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교육업체의 주식시장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나 상장한 교육업체에 대한 투자, 학원업체 광고 등도 모두 금지됐다.

그뿐만 아니라 방학이나 휴일 학원가 수업 금지, 학원가의 초·중·고 교사 채용 금지, 밤 9시 이후 온라인강의 금지 등 사교육 단속도 강화했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고강도 제재라는 평가가 나왔다.

사실 중국의 사교육 열풍은 우리나라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중국교육학회에 따르면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1선 도시에서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10명 중 7명이 방과후 과외수업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올 3월 직접 지역 간 교육 격차와 사교육업체 난립에 우려를 표하며 교육의 공익 원칙 유지와 교육 서비스 시스템 개선, 사교육 시장 단속 강화 등을 주문했다. 지난달에는 교육부 산하에 사교육 시장을 단속하는 전문 조직인 '교외교육훈련감독관리사(司·국)'도 만들었다.
신둥팡 주가 하루 새 반토막··· 시총 7조원 증발

이처럼 중국이 사교육과의 전쟁에 나서면서 신둥팡 그룹이 직격탄을 맞았다. 홍콩, 뉴욕 증시에 둘 다 상장된 신둥팡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정책이 발표된 지난 23일(현지시간) 하루에만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반토막 나며 시가총액 59억4900만 달러(약 6조8700억원)가 증발했다. 신둥팡 창업주 위민훙(兪敏洪) 회장이 보유한 신둥팡 지분가치도 이날 하루 만에 6억8500만 달러 쪼그라들었다. 홍콩 증시에서도 23, 26일 2거래일에 걸쳐 주가가 3분의1토막 났다. 

신둥팡이 처한 상황은 사교육 규제 리스크에 맞닥뜨린 중국 교육업계의 '축소판'이다. 실제 뉴욕증시에 상장된 또 다른 중국 교육기업인 하오웨이라이(TAL)와 가오투 등도 23일 하루 각각 시가총액 93억6000만 달러, 15억5000만 달러가 사라졌다. 

가뜩이나 올 초부터 사교육 제재 분위기 속에서 내리막을 걷던 교육업체 주가가 이번 솽젠 조치로 완전히 주저앉은 셈이다. 지난 2월 연중 고점 대비 현재까지 신둥팡, 하오웨이라이, 가오투 등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3대 교육업체 주가는 90% 안팎으로 폭락했다. 이 기간 3개 기업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1125억 달러로 집계됐다. 
 
사교육 '대부'에서 '원흉'으로··· 창업주의 '눈물'

2006년 9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신둥팡. [사진=로이터]


신둥팡은 1993년 베이징의 영어학원에서 시작해 오늘날 중국 최대 교육재벌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사교육 대부로 불리는 위민훙 회장이 베이징대학 서양어과를 졸업한 후 캠퍼스에 남아 강사를 하다가 그만두고 영어학원을 차린 게 시작이었다.

1990년대 중국인들의 해외 유학 열풍을 타고 신둥팡은 빠르게 발전했다. 2016년 중국 교육기업으로는 최초로 연매출 100억 위안(약 1조7700억원)을 돌파하는 기록도 세웠다.  2006년 9월 뉴욕증시에도 상장했는데, 11년 후인 2017년엔 중국 교육기업으로는 최초로 시가총액 100억 달러도 돌파했다. 2019년 3월에는 홍콩증시에도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2019년 3월 홍콩증시에도 상장한 신둥팡. [사진=로이터]


신둥팡은 오늘날 전국에 100개 이상의 캠퍼스와 5만명 이상 교사, 5500만명 이상의 학생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신둥팡은 중국 사교육 붐을 조장한 '원흉'이 됐다. 교육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최근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둥팡이 중·고등학교 우등생을 대상으로 1인당 21만9800위안(약 3900만원) 하는 45일짜리 여름 학습캠프 상품을 만들어 판매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세간의 사교육 원흉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위민훙 회장도 지난 3월 중국 21세기경제보와의 인터뷰에서 "신둥팡은 중국 교육을 개혁하는 데 아무 기여를 하지 못했다. 학생들의 종합 소양을 높이고, 미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면에서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위민훙 회장이 얼마전 신둥팡 내부회의에서 사교육 제재에 따른 그룹 구조조정을 논의하며 결국 눈물을 흘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어린이집 차려야 하나···" 살길 찾는 신둥팡
이제 신둥팡은 사실상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과목 학원 사업을 전면 구조조정할 처지에 놓였다. 

무디스는 27일(현지시간) 신둥팡의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3'으로 낮추고, 전망등급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무디스는 중국 정부의 규제 리스크로 신둥팡 사업이 위축되고 운영모델, 업무경영, 사업 확대, 자금 조달능력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신둥팡은 현재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을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내부 회의에서 일부 경영진은 출산 장려 정책에 맞춰 어린이집 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중국 재경망 등은 보도했다. 

현재 신둥팡은 크게 외국어 교육, 초·중·고 12학년제 의무교육(K12), 미취학 아동교육, 온라인 교육, 해외유학 컨설팅, 도서출판 등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룹을 이끄는 양대 주력사업은 K12 교육과 대학 교육이다. 대학 교육은 각종 영어시험, 대학원·공무원·교사 시험, 해외 유학, 재무회계 고시 대비를 위한 교육 사업을 의미한다.  

코로나19 발발 전까지만 해도 대학교육 사업이 줄곧 최대 수입원이었다. 2020년 회계연도(2019년 3분기~2020년 2분기) 실적보고서를 살펴보면 대학 교육과 K12 교육 매출 비중이 각각 59.4%, 27.3%였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온라인교육 수요가 급증하며 초·중·고생 온라인 학원강의가 활황을 띤 데다가, 해외 유학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K12 교육 사업이 최대 매출원이 됐다.

2020년 6~11월 6개월간 K12 교육 사업 매출은 3억3700만 위안으로, 대학 교육(2억9200만 위안)을 훌쩍 뛰어넘었다.

중국 사교육 규제 리스크에 전면 노출될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다. 제이 차이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신둥팡 매출의 38%만 해외 유학준비와 성인영어 수업 등 의무교육 이외 기타 방면에서 창출된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일각에선 중국 당국이 사교육업체의 비영리기관 전환을 의무화하면서 신둥팡의 상장 폐지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상장 폐지라는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해 결국엔  K12 교육 사업은 따로 분사시키고, 성인영어·직업교육과 같이 사교육 규제 영향이 덜한 기타 교육사업을 적극 키우는 방향으로 구조조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마크 해펠레 UBS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를 통해 "증시에 상장된 사교육 기업들이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해 비영리성의 K12 교육 사업을 따로 분사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는 보고서에서 신둥팡이 "예술, 코딩, 체육, 음악 등 학교 수업과 관련없는 교육사업에 투자해 그들의 상장회사 신분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中 교육시장 투자한 '큰손'들··· 출구전략 분주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교육 시장은 전 세계 투자 '큰손'이 몰려올 정도로 뜨거웠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성행하면서 온라인교육 시장이 거침없는 성장세를 구가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메이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온라인교육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20% 넘게 급증한 4858억 위안에 달했다. 

덕분에 온라인 교육시장엔 그 어느 때보다 돈이 넘쳐났다. 금융시장조사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교육시장에 유입된 벤처캐피털 투자금은 81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6년부터 5년간 누적 투자액(155억 달러)의 절반 이상이다.

테마섹, GIC, 워버그핀커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힐하우스, 세쿼이어캐피털, 타이거펀드,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글로벌 투자 큰손들이 대거 투자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사교육 제재 속에서 중국 온라인 교육 벤처캐피털 시장도 차갑게 얼어붙었고,  벤처 투자 '큰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손실을 우려한 이들이 현재 '출구전략'을 모색하기에 바쁘다고 로이터 등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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