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플랫폼 기업 및 사교육 규제 강화로 홍콩 증시가 급락하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도에 나섰다. 최근 중국 증시와 홍콩 증시 모두 가파른 하락폭을 보였지만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주가 대거 상장한 홍콩 증시에서 이 같은 모습이 두드러졌다.
29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홍콩 증시에서 총 1억1437만 달러(약 1310억원)를 순매도하고 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홍콩 주식 투자 규모는 올 들어 하향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전 세계 증시가 급등한 올해 1월에는 3억166만 달러를 순매수했으나 2월 1억5310만 달러, 3월 4227만 달러, 4월 921만 달러로 줄었다.
이처럼 급격히 줄어든 홍콩 주식 투자는 5월 들어 순매도로 돌아섰다. 5월에는 5731만 달러를 순매도한데 이어 지난달에도 4321만 달러를 팔았다.
텐센트를 비롯해 알리바바, 바이두, BYD 등 그동안 줄곧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목록에 이름을 올렸던 종목들도 이달 들어 순매수 규모가 대폭 줄어들며 상장지수펀드(ETF)에 자리를 내줬다.
실제 지난달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홍콩 주식을 순매도하면서도 텐센트는 2622만 달러어치를 사들여 순매수 1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는 '항셍 중국 기업 지수 ETF'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달 순매수 규모 2위 종목이었던 알리바바그룹(2011만 달러)은 이달 들어 규모가 174만 달러로 급격히 줄어들며 14위까지 떨어졌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매하는 종목인 '미래에셋 GBL 인 글로벌 X C ELC VHC ETF(HKD)'도 이달에는 2238만 달러 순매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초 급등 이후 박스권 흐름을 보였던 홍콩 증시가 최근 급락하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홍콩증권거래소(HKSE)에 상장된 50개 우량 주식으로 구성된 항셍지수는 지난 2월 17일 3만1084.94(종가 기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지난 27일에는 2만5086.43으로 마감하며 올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사상 최고치 이후 지난달 말까지 7.26% 하락하는 데 그쳤으나 이달 들어서는 11.63% 급락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H주) 중 40개 기업을 추려서 산출한 홍콩H지수 역시 이달에만 14.93%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과 홍콩 증시 급락이 펀더멘털 악화에 의한 것이 아닌 만큼 이 같은 흐름이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히려 최근 증시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실제 중국 정부의 플랫폼 및 사교육 기업 규제 강화로 주가가 급락한 데 대해 자국 개혁개방 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서자 항셍 지수는 지난 28일 전일 대비 1.54% 상승 마감한 데 이어 29일에도 오름세로 거래를 마쳤다. 홍콩H지수 역시 28일과 29일 각각 상승 마감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펀더멘털 악화에 따른 주가 급락이 아닌 데다 지난 27일과 28일 급락폭이 과도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완화가 예상된다"며 "자산 효과를 통해 경기 부양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의도와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 전까지 정책 모멘텀으로 증시가 오르는 계절적 패턴,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는 경제 성장 가치를 감안하면 증시 레벨은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