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여자양궁 안산 '짧은 머리'는 어쩌다 과녁이 됐나

2021-07-3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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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2관왕' 안산 짧은 머리 두고 페미니스트 논쟁… 메달 반납 주장까지 나와

일부 누리꾼 '페미' 저격에 분노한 여성들 SNS서 '여성 숏컷 캠페인' 펼쳐

정치권과 연예계도 짧은 머리 논쟁 참전… 류호정 "페미 같은 모습 없다"

전문가 "짧은 머리 논쟁, 신체 통제하고 검열하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

여자 양궁 대표 안산이 25일 일본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경기에서 활을 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양궁 2관왕을 차지한 안산(20·광주여대) 선수 헤어스타일이 때아닌 공격 과녁이 됐다. 안 선수 머리가 짧다는 이유로 일부 누리꾼이 페미니스트로 규정하며 메달 반납 주장까지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에 반발하는 여성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쇼트커트 캠페인으로 연대하는가 하면, 대한양궁협회(KAA) 홈페이지에는 안 선수를 보호해달라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29일 KAA 홈페이지에 따르면 안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는 글이 200페이지를 넘어섰다. 게시물로 따지면 3000개 이상이 올라온 셈이다. 이들은 "안 선수를 향한 도 넘은 악플을 처벌해달라", "엉터리 논란에서 안 선수를 보호해달라"며 KAA 측에 강하게 요구했다. 한 누리꾼은 "안 선수가 페미니스트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선수가 경기에 집중하기도 부족한데 SNS 테러까지 당하고 있다. KAA가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고 글을 남겼다. KAA 홈페이지는 한때 단기간에 접속자가 몰려 접속 속도가 크게 느려지기도 했다.
 

'안산 선수를 지켜달라'는 홍보물. [사진=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안 선수를 지지하는 이들은 SNS에도 '안산 지킴이' 포스터를 공유하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포스터에서 △선수를 사과하게 하지 말라 △절대 반응해주지 말라 △도 넘는 비난에 강경하게 선수를 보호해달라는 세 가지 내용을 KAA에 촉구해달라고 누리꾼들에게 독려하고 있다. 또 선을 넘는 비난과 모욕을 캡처해 PDF로 수집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안 선수의 헤어스타일을 둘러싼 논란은 일부 남성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해당 커뮤니티 회원들은 "안 선수는 여대에 재학 중이고 쇼트커트 스타일을 했다. 페미 조건을 갖췄다. 이런 생각이 드는 내가 이상한 거냐", "여대 출신 쇼트커트는 90% 이상 확률로 페미다. 정치 성향을 떠나 페미는 극혐이라 안산은 응원 안 한다"고 했다. 여기에 메달을 반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와 논란은 더 커졌다. 한 누리꾼은 안 선수 SNS에 머리를 짧게 한 이유를 묻기까지 했다. 안 선수는 "그게 편하니까요"라고 답글을 남겼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안 선수의 설명에도 헤어스타일로 꼬투리를 잡는 이들의 비난 수위가 가라앉지 않자 쇼트커트 캠페인으로 안 선수를 응원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한지영 신체심리학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스포츠 선수에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왜 머리를 자르나요?', '혹시 페미인가요?' 등 몰상식한 질문들이 이어지고 있다. 더 많은 쇼트커트 여성들이 무대에 서고, 가시화돼야겠다"고 글을 썼다. 이어 "여성 선수 선전을 기원하며 '여성_쇼트커트_캠페인은 어떠냐"고 덧붙였다. 이 글을 본 여성 누리꾼들은 짧은 머리를 한 인증샷을 올리면서 한씨의 의견에 공감과 연대를 보냈다.
 

[사진=류호정 정의당 의원 페이스북]

정치권과 연예계도 짧은 머리 인증샷 올리기에 참여하며 안 선수를 향한 비방에 맞서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짧은 머리를 했던 과거 사진을 공유하면서 "여성 정치인의 복장, 스포츠 선수의 헤어스타일이 논쟁거리가 될 때마다 당사자는 물론 지켜보는 여성들도 참 피곤할 것 같다. 저도 몇 년 동안 쇼트커트였는데 요즘에는 기르고 있다. 그러고 싶어서"라고 했다. 이어 "'페미 같은' 모습은 없다"고 강조했다.

배우 구혜선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쇼트커트는 자유"라는 글과 함께 짧은 머리를 한 사진을 올렸다. 구혜선은 "페미니스트는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하는 관습적 자아를 거부하고 한 인간으로서 독립적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페미니스트 의미가 왜곡된 상징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도 전했다.

쇼트커트 캠페인을 시작한 한씨는 "청소년 심리상담을 하다 보면 쇼트커트같이 정형화된 여성성에 벗어날 때 따돌림이나 괴롭힘이 빈번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여성 선수들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여성 몸을 통제하고 검열한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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