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은행채 발행 규모는 18조54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발행된 규모(5조5300억원)보다 3배 이상 급증한 수준이다. 분기별로는 1분기 8조1600억원, 2분기 10조3850억원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세가 더 강해졌다.
개별사별로는 신한은행이 1분기 3조400억원에 이어 2분기 3조3900억원을 발행하며 4대 은행 가운데 발행 규모(6조4300억원)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우리은행이 5조2500억원(1분기 2조700억원, 2분기 3조1800억원),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이 각각 3조5150억원, 3조35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카드채 발행 역시 활발하다. 국내 8개 카드사(신한, 삼성, KB국민, 현대, 롯데, 우리, 하나, BC카드)의 카드채 순발행 규모는 대략 3조3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카드사별로는 삼성카드가 96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카드 8700억원, 롯데카드 7300억원, 현대카드 2550억원, 신한카드 2400억원, 비씨카드 2000억원, 하나카드 8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이처럼 채권 발행에 적극 나서는 배경에는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에 따른 투자수요, 여기에 저렴한 조달금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온 가운데, 기업이나 금융사들이 지금보다 더 이상 금리가 낮아지긴 어렵다고 판단해 이자 부담 절감 등 차원에서 선제적인 자금 확보 움직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대출총량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관리에 나서야 하는 은행들 역시 예·적금 이탈에 따른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위기 시 일시적으로 거액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대비하는 취지에서 은행 LCR을 100%로 규제해 왔으나 최근 코로나 여파로 LCR 규제를 한시적으로 85%로 낮췄다. 예정대로라면 해당 규제 완화가 오는 9월 만료될 예정이어서 자금 확보 속도전이 불가피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같은 채권 발행 속도전 속에서 우량채권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우량채권과 비우량채권 간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도 대두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 등 이른바 '경제정상화'를 예고하면서 조만간 있을 금리 인상은 향후 기업의 자금조달에도 영향을 미칠 여지가 높다"며 “다만 채권이 예상보다 빨리 쏟아져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경직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