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15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SC제일·씨티·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수협)은 지난 15일 일제히 ‘금리 상승 리스크 완화형(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을 판매를 시작했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금리 상승폭을 연간 0.75%포인트, 5년간 2%포인트 이내로 제한하는 상품을 말한다. 기존에 주담대를 받은 대출자가 금리상한 주담대를 신청하면 0.15~0.2%포인트의 금리를 더해 별도의 심사 없이 대출에 특약을 추가하는 구조다. 현재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금리가 2.49~3.99%라는 점을 고려하면, 특약금리가 포함된 금리상한형 주담대의 금리 구간은 2.64~4.19%가량이다.
문제는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에 따라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며 주담대 금리 상승세가 주춤하다는 점이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를 선택해 원리금 절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특약금리(0.15~0.2%포인트) 이상 금리가 올라야 하는데, 오히려 금리가 떨어지고 있어 당장 가입할 필요성이 사라진 셈이다.
은행권은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당분간 큰 폭의 주담대 금리 상승세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채의 경우 기준금리 상승에 맞춰 곧바로 상승하지 않는 데다, 코픽스 역시 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예·적금이 기준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이 장기간 유지되기 위해서는 초기 시장 선점이 중요한데 당장 금리가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주담대 차주들로서는 금리를 더 부담하면서까지 특약에 가입할 유인이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은행 영업점을 통해 금리상한형 주담대 상품 가입을 문의한 차주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금리상한형 주담대가 출시 초기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은행들은 지난 2019년에도 금융당국 주도로 금리상한형 주담대를 출시한 바다. 당시에는 금리 상승폭이 연간 1%포인트로 제한됐는데 출시 후 금리가 계속 하락한 탓에 가입 건수가 없거나 1건에 불과한 은행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해당 상품은 출시 1년만인 2020년 판매가 종료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선반영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금리가 급격하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며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주담대는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은행 입장에서도 기존 주담대 상품보다 금리가 높은 금리상한형 주담대 특약 가입을 권하기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