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발목 잡힌 경제] 경제야 죽 쑤든, '기업 잡아보稅'가 리더십?

2021-07-20 03:00
  • 글자크기 설정

<2> 경제 위기에도...與 과반이 법인세↑

지난 1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경선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오른쪽부터),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김두관 후보.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중 과반이 법인세 인하에 반대하면서 경영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및 디지털세·탄소세 등 새로운 세제부담으로 인한 어려움 호소에도 법인세 인하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與 대선후보 중 고작 1명만 '법인세 인하'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주자 6인 중 박용진 후보만 법인세 인하에 찬성하고 있다. 이재명‧정세균‧추미애‧김두관 후보는 법인세 인하에 반대했다. 이낙연 후보는 지방에 따라 법인세율에 차등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 대선주자 6명 중 과반이 법인세 인상에 무게를 둔 셈이다. 

박용진 후보는 앞서 "법인세 감세를 통해 투자확대, 고용확대, 배당확대 및 임금상승의 선순환을 이루겠다"며 "법인세 감세가 단지 기업의 사내유보금으로 쌓이거나 최상층 임원들의 성과급으로 가지 않도록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동시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법인세 감세는 해외자본의 국내 투자를 늘리고 중국 등 해외에 나가 있는 제조업 기업들의 리쇼어링을 확대하는 한편, 해외투자를 고민 중인 국내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유도해 전체 투자 유치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후보는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해소 및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법인세에 차등을 두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히면서 부분적 법인세 인하에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머지 4명의 후보들은 법인세 인상에 힘을 실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3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법인세 인하를 건의하자 "국민들이 (코로나19로) 죽어가는 와중에도 이기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며 "법인세 인하로 인한 낙수효과는 명백한 허구"라고 비난했다.

특히 "법인세 감면으로 투자와 고용이 늘고 국민가처분소득이 늘어나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낙수효과는 과거 고성장 시대에만 가능했던 것"이라며 "경제 현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경제 위기와 국민 고통을 이용해 재벌 대기업들 배를 더 불리자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정세균 후보 역시 법인세 인하에 반대하고 있다. 정 후보는 "(감세 공약은) 국민의힘이나 미국 공화당 정책과 비슷하다. 실질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런 정책을 썼다"고 지적하며 법인세 인하에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국회의장 시절인 2016년에는 법인세 과세표준의 1%에 해당하는 돈을 더 걷어 청년 취업 예산으로 활용하는 내용의 ‘청년세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추미애 후보도 2017년 민주당 대표 시절 법인세를 손대지 않으면 세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초(超)대기업에 대해서는 과표를 신설해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그해 12월에는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소득에 대한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두관 후보도 법인세 인하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는 앞서 TV토론회에서 박용진 후보의 법인세‧소득세 감면을 지적하기도 했다.

◆野 대권주자 의견 갈리지만 '법인세 인하' 무게

범야권에서도 법인세율에 대한 입장은 갈리고 있다.  

홍 의원은 최근 법인세 감세를 골자로 한 '세제개혁안'을 내놨다. 홍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페이스북에 "우리나라 세금 종류는 너무 많고 복잡해 세무사들도 헷갈릴 정도로 복잡다단하다"며 "세제개혁의 핵심은 우선 세금의 종류를 단순화해야 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홍 의원은 "일반 국민과 기업들의 가처분 소득을 증대시켜 소비와 기업 재투자를 제고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그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직접세인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세해서 가계와 기업의 가처분 소득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유승민 전 의원은 그간 법인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바른정당 후보로 출마한 유 전 의원은 경쟁력 있는 재벌 대기업이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22%였던 최고 법인세율을 25%까지 올려야 한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4월, 새누리당 원내대표로서 처음 실시한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예산 대비 세수 부족을 지적하며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구호를 전면 부정한 바 있다.

그러면서 "현재의 저부담 저복지에서 벗어나 중부담 중복지로 가야 한다.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 법인세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원칙, 소득과 자산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보편적인 원칙까지 같이 고려하면서 세금에 대한 합의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유 전 의원 측은 법인세 인상 공약을 이번 대선에서도 내걸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세금의 경우 경제 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부분인 만큼 추가 연구를 통해 추후에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대선주자 후보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이들의 2019년 귀속연도 법인세를 대폭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방역 조치가 강화하면서 중소기업에 쏠린 피해를 지원해주기 위해 일시적으로 법인세를 감면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하 의원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 피해 구제를 위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4대보험 및 세금 감면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기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납부해야 하는 4대 보험료를 한시적으로 지원하고 중소기업의 2월 법인세 대폭 감면과 소상공인의 5월 종합소득세를 대폭 감면해 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영계 "일자리 활성화 위해 법인세 낮추자"

이에 따라 경영계는 계속해서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경식 회장은 지난달 초 민주당 지도부와 만나 "지난해 기준 내국인 해외 직접 투자는 549억 달러(약 61조원), 외국인 국내 직접 투자는 113억 달러(약 13조원)로, 투자 동향이 해외로 쏠리고 있다. 그만큼 국내에서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에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주요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법인세 인하 및 규제 선진화 등과 같은 지원방안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 경영계는 지난달 초 G7(독일·미국·영국·이탈리아·일본·캐나다·프랑스) 재무장관 회의에서 국가별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합의한 점을 강조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도 국제 법인세 하한선을 15%로 설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법인세를 비교하는 좋은 수치는 GDP(국내총생산)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율을 국가 간 비교하는 것인데,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은 맞는다"며 "우리나라는 문 대통령 취임 직후 법인세를 25%까지 바로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인세 인상의 경우 앞에서는 남는 것이 많아 보이지만, 사실은 뒤에가 밑지는 것"이라며 "법인세를 올리면 결국 그만큼 협력업체에 납품단가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임금도 올리지 못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지난해 '법인세율이 설비투자에 미치는 영향 및 법인세부담 수준 국제비교'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1~2020년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 상승 폭은 평균 3.3%포인트(지방세 포함)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전체 4위를 기록했다. 현재 한국 법인세율은 OECD 회원국 37개 중 10번째에 해당한다.

다만 일각에선 대선을 앞두고 법인세율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법인세를 인하하기도, 인상하기도 쉽지 않다"며 "지금 대선 주자들이 법인세율을 이야기하는 것은 표를 위한 '선명성 싸움'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4단계로 구성된 과표 구간을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현재 200억~2900억원의 기업의 경우 법인세율이 22%로 구성돼 있는데 이 구간이 너무 넓다.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