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고 싶지만 살찌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글로벌 주류 업체들은 저칼로리·저알코올 제품인 하드셀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주류업계도 올해 들어 하드셀처 출시 대열에 합류했다.
◆하드셀처, 중국 시장서 센세이션 일으킬까
하드셀처는 탄산수(Seltzer)와 알코올을 섞고 과일향을 첨가한 술이다. 알코올 도수가 5% 내외에, 칼로리가 낮고 당이 적어 이미 해외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2016년 출시돼 하드셀처 붐을 이끈 화이트 클로(White Claw)의 경우 2019년 미국에서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버드와이저 매출을 추월했다. 2018년만 해도 미국 내 하드셀처 브랜드는 10개에 불과했지만, AB인베브와 부쉬 인베브, 스미노프 등 해외 브랜드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지난해 70여 개로 집계됐다.
이후 유항셴피(悠航鮮啤·슬로우보트)도 블루베리·귤 맛인 하드셀처를 출시했으나 동일한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다. 현재는 판매 중단된 상태다.
특히 조조(JOJO)라는 하드셀처가 온라인 출시 한 달 만에 징둥의 칵테일 판매량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 전월 대비 판매량이 200배 급등한 것이다.
제몐은 하드셀처의 주 소비군이 중국 Z세대라면서 조조 하드셀처의 인기 비결은 마케팅 전략에 있다고 분석했다. 조조는 Z세대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왔는데, 이번에도 인기 웹툰과 콜라보를 통해 대박을 터뜨린 것이라고 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집에서 혼자 즐기는 '혼술' 비중이 높아지면서 저알코올 주류를 즐겨 찾는 Z세대들이 급격히 늘었다고 했다.
◆중국 주류업계 하드셀처 주목...시장 잠재력 커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웰빙 트렌드와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중국 주류 업체들이 하나둘씩 하드셀처를 출시하고 있다며, 하드셀처가 주류 산업을 완전히 변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하드셀처 시장은 연평균 16%씩 성장해 2027년 145억 달러(약 16조1458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중국 하드셀처 시장은 일반 주류 시장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업계는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티몰창신센터(天猫创新中心)는 지난해 중국 하드셀처 시장 규모는 약 35억 위안(약 6185억원)이며, 올해 50억 위안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몐은 한 주류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저알코올 주류 시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며 "주류 시장의 주요 소비층이 90허우(90後, 90년대 출생자), 95허우(95後, 1995년대 출생자)로 교체되면서 저알코올 주류 시장의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외관과 맛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하드셀처가 중국 주류 시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외 투자자들도 저알코올 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과실주 업체 베이루이톈신(貝瑞甜心, 미스베리)은 창업한 지 1년도 채 안 됐는데, 메트릭스파트너스 등 벤처 투자자들로부터 수천만 위안 규모의 자본 투자를 받았다.
중국 소다주 브랜드 마리둔둔(馬力噸噸)도 최근 카이뉴투자, 중루카이뉴 등 투자자로부터 수천만 위안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13곳의 저알코올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간택'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도 시장 잠재력이 뛰어난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속속 발을 디디는 모습도 포착됐다. 글로벌 음료 브랜드 코카콜라가 대표적이다. 그간 무알코올 음료만 고수했던 코카콜라는 지난달 중국 '애주가'를 공략하기 위해 중국에서 하드셀처 토포치코를 출시했다.
코카콜라 측은 중국 주류 시장의 잠재력을 거론하며 시장 입지를 굳히는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하드셀처가 중국 주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중국 하드셀처 산업이 해외에서만큼 큰 인기를 받기 위해서는 바이주(白酒, 고량주)의 아성을 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동질화된 제품 구성에서 벗어나 차별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들은 동질화에서 벗어나야만 유리한 진영을 차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