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국 칼럼] 애국가는 없다

2021-07-17 10:30
  • 글자크기 설정

[사진=양승국 변호사, 법무법인 로고스 제공]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결코 모를 수 없는 애국가. 정식 국가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모두 국가로 생각하고 우리나라 어느 공적인 행사에서든 울려 퍼지는 애국가. 이 애국가에 대해 경희대 법무대학원 강효백 교수가 강력한 이의를 제기하며 <애국가는 없다>라는 책을 내었다. 애국가는 없다니?? ‘책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지 않은가?’ 했으나,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많았다.

사실 그동안에도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와 작사가로 추정되는 윤치호의 친일 행적 때문에 말이 있긴 있었다. 애국가를 작사, 작곡한 사람들이 하필이면 친일파였다는 것이 나라의 음악인 국가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그동안 사실상 국가로서 줄곧 인정받아 온 애국가를 작사가, 작곡가가 친일파였다고 하여 내칠 수는 없어서, 지금껏 애국가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국가로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 음악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면 이제는 애국가의 국가(國歌)적 지위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우선 가사를 보자. (이하 필자의 얘기는 <애국가는 없다>에 나온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① ‘무궁화 삼천리’ - 나는 그동안 애국가의 이 가사로 우리나라 강토를 막연히 삼천리로 생각했다. 그러나 조선은 개항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조선 영토를 동서 2천리, 남북 4천리로 표현해왔다. 삼천리는 유배형을 보낼 때 제일 멀리 보내는 것을 삼천리로 표현하였을 뿐이다. 그러던 것이 일제에 의해 강압적으로 개항을 한 후 주로 친일파에 의해 삼천리가 입에 오르내리더니, 친일파 윤치호가 ‘무궁화 삼천리’로 조선의 강토를 축소시킨 것이다.
②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먼저 ‘백두산’, ‘한라산’, ‘금강산’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에도 이런 산을 넣어야지 왜 서울의 작은 산, 남산인가? 그리고 ‘철갑’은 일본 사무라이의 상징이지, 우리의 전통 갑옷의 상징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소나무를 표현할 때 철갑을 두른 듯한 모양이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는데, 굳이 애국가에 이를 넣을 필요가 있을까?
③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 달은 태양으로부터 빛을 받아야만 빛날 수 있는 위성이다. 국가라면 자체 발광하는 항성인 해나 별을 가사에 넣을 것이지 달과 같은 위성을 넣어야 되겠는가? 세계 모든 나라 국가에서 가사에 항성이 없이 위성만 나오는 국가는 우리나라 애국가가 유일하다고 한다.
④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 국가라면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웅혼한 기상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마르고 닳다니? 왜 이리 소극적이고 부정적인가?
⑤ ‘충성을 다하여~나라 사랑하세’ -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에 ‘민주’ 나아가 ‘자유’는 나오지 않고 ‘충성’만 나오는가? 왕조국가 때 작사된 가사의 ‘충성’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가?
⑥ 그리고 모든 국민이 부르는 국가라면 가사가 누구나 알기 쉽고 일상생활에 쓰이는 단어로 쓰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바람서리’가 무엇인가?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라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바람소리’로 착각하고 있다. ‘바람서리’의 ‘서리’는 ‘수박서리’, ‘참외서리’처럼 떼를 지어 남의 과일이나 곡식, 가축 따위를 훔쳐 먹는 장난을 뜻하는 것으로, ‘바람서리’는 오직 애국가에만 나오는 단어이다. 그리고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도 이상하다. 바람서리가 불변한 것이 우리 기상이라니? 이는 이러한 바람서리에서조차 불변한 것이 우리 기상이라는 뜻이리라. 그러니 어법적으로도 말이 안 된다.
⑦ 마찬가지로 ‘공활’과 ‘화려강산’도 애국가에만 나오는 단어다. 특히 ‘화려’라는 말은 ‘사치’라는 부정적인 뜻이 담긴 말이다. 그리고 ‘공활(空豁)’이라는 단어는 승정원일기에 단 한 번, 중국 문헌에서도 단 두 번밖에 쓰이지 않은 죽은 단어임에 반하여, 일본에서는 지금껏 살아있는 단어라고 한다. 일기장에 다시 태어나면 일본인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쓴 윤치호이기에 이런 단어를 선택한 것일까?

어떤가? 강교수는 이외에도 여러 얘기를 더 하고 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애국가 가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필요성은 충분하지 않을까? 곡도 그렇다. 국가라면 곡조만 들어도 절로 힘이 나고, 나라를 사랑해야겠다는 애국심이 가슴을 부풀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애국가 곡조는 장중하기만 하고 어찌 보면 비장감마저 든다. 게다가 애국가는 불가리아 민요와 16소절 중 8소절이 비슷하다고 한다.

국가는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한 나라를 대표하는 노래이다. 이런 국가가 친일 행적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작사, 작곡되었고 또 그 노래의 가사와 곡조에도 문제가 많다면 이쯤에서 우리나라도 새로운 국가 제정을 공론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애국가가 정식 국가로 지정되어 있다면 또 모르겠으나, 아직 우리나라는 태극기와는 달리 애국가는 정식으로 국가로 지정한 것도 아니지 않는가? 사실 그동안에도 애국가를 정식 국가로 지정하자는 공식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러한 애국가의 문제점 때문에 보류되었던 것이다. 세계에는 전국민에게 새 국가 공모전을 하여 여기서 채택된 가사와 곡으로 국가를 지정한 나라도 여럿 있다. 강효백 교수의 <애국가는 없다>를 읽고 우리나라도 새로운 국가 제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얘기를 꺼내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