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두드러진 현상 중의 하나가 초대 주석인 마오쩌둥(毛澤東, 이하 마오) 띄우기와 함께 현재 최고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을 마오와 일체화하는 작업이 줄기차게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현대 중국은 마오의 공산주의 정치 이념과 3대 주석인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경제 이념이 접목된 중국특색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마오는 1인 지배 체제로, 덩샤오핑은 집단 지배 체제로 국가를 운영해 왔으나 시진핑 시대에 다시 전자로 유턴했다. 이는 시 주석의 최소한 3기 연임 내지 종신 집권이 가능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국이 처한 대내외 현실이 절대 만만치 않으며 자칫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강력한 리더십 구축만이 당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처방전인 셈이다.
중국의 내부 형편이 그리 녹록지 않다. 현재 직면하고 있는 도전은 크게 두 개의 형태로 요약된다. 하나는 대내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외적인 것이다. 외견상 애국주의가 만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분열의 양상도 뚜렷하다. 극소수의 고령자를 제외하고 절대다수의 인민들이 마오보다 덩샤오핑을 더 숭배한다. 오늘날 그들이 누리고 있는 경제적 풍요가 덩샤오핑의 선견지명이라는 믿음이 강하다. 경제적 성공은 역설적으로 자본주의 사상이 공산당의 통치 이념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린 자본주의 색채를 억누르려는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실험으로 패권국가를 지향하는 중국의 앞날이 어떤 명암으로 가려질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절대권력을 위협하는 또 다른 권력으로까지 부상한 민간 영역과 이를 저지하려는 국가의 칼날이 정면으로 충돌한다. 국제화 과정에서 급성장한 간판 대기업들이 위축·해체되거나 국유화되는 ‘국가자본주의’의 먹구름이 몰려온다. 한편으론 사회주의 국가 이념이 무색하게 빈부 격차가 더 심화하는 양상이다.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실현했다지만 경제적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는 2019년 기준 무려 0.495에 달했다. 0.5를 넘어서면 폭동과 같은 극단적 사회불안이 표출된다. 세계의 공장·시장이라지만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악이며, 자포자기하고 있는 젊은 층이 급증하는 추세다. 드러누워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탕핑(躺平)족’의 출현은 현 세태를 반영하고 있는 신조어이기도 하다.
안팎에서 거센 비난을 받는 인권 이슈는 중국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으로, 마치 시한폭탄과도 같은 것이다. 대만·홍콩·신장·티베트, 어느 하나라도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강경 대응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만만치가 않다. 대만은 미국과의 밀월관계가 예상 수위를 넘어서는 속도를 보이면서 중국의 속내가 매우 불편하다. 홍콩 문제는 물밑에 가라앉아 있기는 하지만 언제든지 재점화될 수 있는 뇌관이다. 신장과 티베트는 분리 독립이 국제적인 이슈로 점화되면서 전체 인구의 8.5% 정도에 불과하지만 55개 소수민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하나의 중국’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0년부터 국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신(新)자유주의가 ‘하나의 세계(One World)’라는 글로벌화를 촉진하면서 중국은 최대 수혜국이 되었다. 개혁·개방으로 세계 경제의 일원이 되면서 제2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근자에 글로벌화의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글로벌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하나의 세계가 아닌 두 개의 세계로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이나 중국 편에 서는 세력으로의 양분이다. 안타깝게도 중국 주변에 우군이 보이지 않는다. 대외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일대일로(一帶一路)’는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의 이기(利己)가 빚어낸 자업자득이다. 톈안먼 광장의 붉은 물결을 보면서 세계인의 70%는 오히려 반감(차이나 포비아)을 표시한다.
중국은 2049년 건국 100주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슈퍼파워, 즉 패권국가의 위업을 달성하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이를 바라보는 중국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에서조차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부정적으로 보는 측도 중국의 일시적인 붕괴는 원치 않는다. 글로벌 지형에 주는 충격파가 크고, 걷잡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의 과욕이 쉽사리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의 공세는 더 불을 뿜을 것이다. 강력해진 중국의 힘이 선한 영향력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설득력을 얻을 수 없고, 갈 길이 험난해지는 것은 정해진 경로다. 두 개로 갈라진 세계에서 중국의 입지는 위축되기 마련이다. 중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억측을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학교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