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지급할 채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금전으로 채무를 지급하도록 강제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법원이 금전으로 지급을 명하는 것은 당사자들 사이의 합의가 완전히 결렬된 이후에 한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SK브로드밴드 망을 통해서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유통되고 있는 상황 자체를 ‘계약의 유지’ 상태로 보고 ‘망 사용대가’는 당사자들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해결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양 사는 재판 직후 각각 두 차례 입장문을 냈다. SK브로드밴드 입장의 요지는 ‘법원이 넷플릭스가 연결에 대한 대가를 SK브로드밴드에 부담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문을 통해 명확히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번 재판 선고에 앞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SK브로드밴드 입장에서 넷플릭스에 망 대가를 받지 못하면, 소비자 망 이용료를 올릴 것이고, 반대로 넷플릭스가 패하면 콘텐츠 사용료를 올리는 수순으로 갈 것이란 얘기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 국내 진출 이후 단 한 번도 소비자 이용료를 올린 적이 없다. 만약 이번 재판 결과로 인해 넷플릭스가 소비자 이용료를 올린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다만, 양측이 재판 이후에도 ‘공동의 협력’을 강조한 점은 희망을 갖게 한다. SK브로드밴드는 “앞으로도 인터넷 망 고도화를 통해 국민과 국내외 CP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국내외 CP와 지속적으로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도 “ISP와 CP는 각자의 소임을 다해 함께 협력하고 투자해야 한다”면서 “원활한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ISP와 고품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CP 모두의 노력이 더해질 때 공동의 목적인 ‘소비자 만족’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결 이후에도 넷플릭스는 공동의 소비자를 위한 국내 ISP와의 협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재판 결과가 소비자 피해로 귀결될지 주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