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코로나 굴레에 커지는 민간 부채 리스크

2021-07-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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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산업연구실장)

 

코스피 지수는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고, 원화 환율은 그런대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수출은 상품을 실어나를 배가 없어 고민일 정도로 해외 수요가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불안한 이유는 왜일까.

먼저 아직도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이슈 때문이다. 바이러스 이슈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먼저 부정적인 결과는, 부유한 국가는 더 부유해지는 반면 가난한 국가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성장의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킬 우려이다. 이것은 백신 보급 및 접종의 속도가 고소득 국가에서는 빠른 반면, 저소득 국가에서는 느리기 때문이다. 당연히 백신 접종의 속도가 붙을수록 집단면역이 더 빨리 생기고 국가경제 활력이 향상될 것이다. 선진국 그룹인 OECD의 종합선행지수 또한 2021년 3월 이후 100포인트(p) 이상 유지하는 것을 보면, 향후 이들 고소득 선진국 경기 흐름은 더욱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는 양극화 현상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 더블딥(경기가 불황을 경험한 이후 짧은 기간 개선되지만 다시 불황에 돌입)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있다. 현재 대다수는 올해 하반기에 집단면역이 형성되어 마스크를 벗고 활동도 좀 더 자유로워지기를 기대하며, 내년 여름 휴가는 해외로 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스는 최근 300여대의 새 비행기를 주문했다고 한다. 이는 향후 전개될 해외 여행 급증에 대비한 선제적인 조치일 것이다.

세계가 이렇게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지만, 그 기대가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솔직히 2020년 1월 당시 국내에서 원인을 모르는 폐렴으로 시작되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1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아주 극소수의 바이러스 분야 전문가에 국한되었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길어봐야 그해 여름이면 괜찮아질 것으로 보았고, 더군다나 1년을 넘기면서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 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 했다. 정말, 아무도 마스크를 1년 이상이나 쓰고 다닐 줄을 몰랐다. 봄이 올 것을 믿기에 추운 겨울을 견디지만, 봄은 안 온다고 체념하는 낙담의 충격은 1년 이전에 경험했던 공포 수준에 버금가거나 더 심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의 지속 기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지건, 아니면 혹여 바이러스의 굴레에서 벗어나건 맞이하게 되는 경제 리스크는 부채 리스크이다. 우리나라의 부채는 이미 위험 수준에 도달해 있다. 원인은 다양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재정을 활발하게 사용했기 때문인 것도 있고,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담보 대출이 증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지 정부와 민간 부문의 부채 규모는 모두 사상 최대치 수준으로 팽창해 있다. 경기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증가한 국내 재정지출로 인해 2020년 국가채무는 전년 대비 17.1% 증가한 846조90000억원을 기록했다. 규모도 그렇지만 증가폭도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특히 위험한 점은 민간 부문의 부채 리스크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명목국내총생산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019년 4분기 197%에서 2020년 3분기 212% 수준으로 증가했다. 더구나, 민간 부문에서 증가한 부채로 인해 향후 경기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이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크게 약해졌다. 이는 민간부문 신용갭(Credit-to-GDP)이 크게 상승한 점으로 알 수 있는데, BIS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6.6%p에서 2020년 3분기에 16.9%p로 크게 상승했다. 신용갭 지표는 민간부문 채무의 GDP 대비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보여주기 때문에 그 값이 커지면 커질수록 안정적인 장기 추세에서 많이 벗어났고 경기 대응을 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임을 나타내곤 한다. 자금 조달력이 저하되어 있으며, 경기 충격이 발생할 경우 신용위기가 나타날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신용위험의 지표로 이용되는 신용갭이 2~10%p이면 ‘주의’ 단계, 10%p를 넘어서면 ‘경보’ 단계로 구분되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민간부문의 부채 리스크는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수준이다.

이미 터질 것같이 빵빵하게 팽창해 있는 풍선과 같은 빚더미. 지금은 금리가 낮지만, 향후 바이러스 확산이 잦아들면서 경제 활동이 더 활력을 찾게 되면 금리 수준도 그에 맞게 상승할 것이다. 부채를 잔뜩 껴안고 있는 가계와 기업은 자연히 채무상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역대 최대의 대출을 안고 있는 자영업자,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한 기업이 걱정된다.
부채는 상환할 수 있으면 괜찮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가 걱정하는 부채 리스크는 국가적이고도 거시적인 측면의 국가채무보다는 민간, 그중에서도 소득 여건이 악화일로인 취약 자영업자 및 가계 부채 분야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채 리스크 완화 대책이 단기간에 준비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이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 일단은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저소득층 및 저신용자 등을 대상으로 이자와 원금을 줄이면서도 상환할 수 있는 여력, 즉 일자리를 유지하거나 찾을 수 있는 지원 방안을 확충해야 하겠다.
 
 
홍준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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