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사업 시행자가 기존 소유자에게서 부동산을 인도받으려면 주거이전비·이사비 등을 먼저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30일 오전 A재개발조합이 사업구역 내 토지 소유자이자 현금청산 대상자인 B씨를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조합이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인천시 토지수용위원회는 이듬해인 2017년 5월 B씨가 보유한 부동산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에 A조합은 B씨 앞으로 부동산 손실보상금 2억3000여만원을 공탁한 뒤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하지만 B씨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에서 정한 이주정착금과 주거이전비, 이사비 등을 받지 못했다며 부동산 인도를 거부했다.
1심과 2심은 A조합 손을 들어줬다. 손실보상금을 공탁하고 B씨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했으므로 A조합에 부동산을 인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B씨가 요구하는 주거이전비 등은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건네주는 돈으로, 부동산 인도보다 먼저 또는 동시에 해줘야 하는 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옛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에서 정한 토지보상법에 따른 손실보상 완료 의미의 법리를 오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B씨가 주거이전비 등을 받아야 하는 대상자라면 A조합이 이를 지급해야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손실보상이 완료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현금청산 대상자나 세입자에게 이주정착금·주거이전비 등을 주지 않더라도 부동산 인도부터 이뤄지던 재개발사업 관행을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토지나 건축물에 대한 손실보상금뿐 아니라 주거이전비 등도 지급이 끝나야 부동산 인도를 받을 수 있다고 판시한 최초 판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