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구 칼럼]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文대통령이 참석한다면?

2021-06-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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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구 교수]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을 바꿔 국제정치학을 공부한 지 30년쯤 된다. 국제정치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해왔지만, 전쟁의 양태는 매우 다양하다.

한국전쟁이나 20세기에 일어났던 두 번의 세계대전처럼 국가들이 무력을 사용해 직접 충돌하기도 하지만, 냉전 시대의 미국과 소련처럼 직접적인 무력충돌 없이 싸우는 경우도 있다. 냉전(冷戰), 차가운 전쟁이다.

국가를 상대로 제한된 정보 속에서 상대방의 진의와 능력을 파악하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상황이 비슷하다고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도 아니다. 1차, 2차 세계대전은 같은 다극체제의 유럽에서 상반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페르디난트가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의 젊은 청년에게 암살당한 것을 계기로 발생한 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외교 교섭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오스트리아의 세르비아에 대한 선전포고는 독일,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주요국들의 선전포고로 이어져 유럽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세 번째 암살시도가 실패로 끝나고 황태자 부처가 부상한 시민의 문병을 가는 도중에 프린치프라는 19세의 세르비아 청년에 의해 저질러진 암살사건이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었지만, 관련 국가 지도자 누구도 이 전쟁의 진정한 의미를 인식하지 못했다.

반면, 1차 대전의 공포 때문인지 영국의 체임벌린은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라며 독일에 의한 체코 수데텐 지방과 오스트리아 병합을 용인했는데, 이것이 독일이 폴란드를 공격해도 영국과 프랑스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히틀러가 생각하게 했다. 2차 대전의 시발점이 된, 독일이라는 명백한 침략 국가가 대두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막기 위한 동맹은 형성되지 못했다. 1차 대전 때와는 달리 어떤 국가도 독일의 부상을 저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 다른 국가에 전가하려 했기 때문이다.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이한다. 50명 남짓으로 출발한 중국공산당 당원 수는 9000만명을 넘었으며,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정책을 시작한 지 불과 40여년 만에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2012년 당 총서기에 선출된 시진핑은 ‘위대한 중화민족 부흥’의 재현을 꿈꾸고 있지만, 지난 6월 11일부터 13일까지 영국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의 최대 의제는 중국 문제였다.

13일 발표된 공동성명은 적극적인 해양 진출을 모색하는 중국을 염두에 두면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에 심각한 우려와 강한 반대를 표명했다. 또한, 공동성명은 홍콩과 신장위구르에서의 인권과 자유 존중, 타이완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과 양안문제의 평화적 해결도 언급했다. 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에 대항해 가치를 공유하는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재건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지적대로 G7은 중국에 적대적인 모임이 아닐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라는 이분법의 틀로 중국을 내려다보고 대응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도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국가들과 미국 사이에 대중 정책에서 온도 차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국제사회의 우려의 목소리에 중국은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영국 G7 정상회의에는 2008년의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 G8(G7+러시아) 정상회의에 이어 두 번째로 초청을 받아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다. 민주주의와 기술 선진국 간의 협력 강화를 위해 한국, 호주, 인도, 남아공 등 4개국을 초청했다는 존슨 영국 총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의 국격과 국력을 확인하고(문재인 대통령) 당면한 국제현안 해결을 위해 우리가 참여함으로써 한국외교의 지평을 확대하는(외교부)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G7 정상회의 단체 사진에서 남아공 대통령을 잘라 SNS에 올린 것이 “홍보적 관점에서 잘한 것”이라는 외교부 1차관의 설명에는 선뜻 수긍이 안 간다. 또한, 거의 확정적이었던 약식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로 끝난 것도 아쉽다. 외무성에서 한국을 담당하는 북동아시아 1과장이 총리의 영국방문에 동행했다는 것은 사전에 약식 정상회담이 약속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총리 일정 때문에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 자리를 떴다는 가토 관방장관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2017년 7월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정상 간의 셔틀 외교를 복원하기로 합의했으나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2019년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 때 아베 총리는 회담과 약식대화(Pull Aside Talk)의 형태로 유엔사무총장, 미·중·러를 비롯한 10여개 국가의 정상을 만났지만 ‘중요한 이웃 나라’(외무성 발간 외교청서) 한국의 문 대통령은 일정상 만날 수 없다고 회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스가 총리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의 축하 서한과 스가 총리의 답신, 전화 회담 등을 통해 최악이라 불리는 양국관계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정상들의 의지는 확인했지만 이를 구체화하지는 못하고 있다. 

북한 문제를 포함해 한·미·일 3국 협력의 ‘근본적인 중요성’을 확인했던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5월 21~23일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이 한 공동여론조사가 흥미롭다. 최대 현안인 역사 인식 문제에서 서로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한국에서 18%, 일본에서 30%에 그쳤지만, 안보문제에서는 공통의 인식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주변에서 군사적 압력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한국인의 72%, 일본인의 88%가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미국의 대중국 압력 강화에 자국도 동조해야 한다는 의견이 한국에서 64%, 일본에서 59%에 달했다. '미국은 중국과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일본)은 일본(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양국 국민의 68%가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에는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회동도 열렸다. 한·일 외교당국 간의 대화가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려면 현재의 자국 중심적 양국관계의 흐름을 바꿀 필요가 있으며, 이것은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사실상 대통령선거 국면에 접어든 한국, 스가 총리의 자민당 총리 임기(9월)와 중의원 임기 만료(10월) 등의 정치일정을 고려하면 양 정상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한 달도 남지 않은 도쿄올림픽 개막식(7월 23일)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은 그런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지금 볼은 일본 측에 있다.
 
 
조진구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도쿄대 법학박사(국제정치전공)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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