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대법원, '기독교 페미니스트' 입영 거부 무죄 판결 확정

2021-06-2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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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 아주경제.]

입영 거부로 기소된 '기독교 페미니스트'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닌 병역거부자 가운데 무죄확정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24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아니면서 자신의 신념과 신앙을 이유로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정모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무죄판결을 받은 것은 모두 여호와의 증인 신도 뿐이었다. 

2018년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피고인은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는 기독교 신앙과 소수자를 존중하는 페미니즘의 연장선상에서 비폭력주의와 반전주의를 옹호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1심의 유죄판결을 깨고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검사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 상고했지만 이날 대법원은 "(원심의 판결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병역법 제88조 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의 판결을 수긍했다. 대법원은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는 2018년 대법원 판례를 판결 근거로 인용했다. 

앞서 정씨는 2017년 11월 14일까지 입영하라는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같은 해 11월 17일까지 입영하지 않아 검찰에 기소됐다. 이후 정씨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정씨는 곧바로 항소했고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날 대법원에서 무죄확정 판결이 내려지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인정 범위가 크게 넓어지게 됐다. 

정씨는 성 소수자로서 고등학교 시절부터 남성성을 강요하는 폭력 문화에 거부감을 느껴왔고, 대학 입학 이후엔 진보적 기독교 단체에서 사회운동에 활발히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정의와 사랑을 가르치는 기독교 신앙 및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퀴어 페미니스트’로서의 가치관에 따라 군대 체제를 용인할 수 없다고 느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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