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발(發) 변이 바이러스인 '델타 변이'의 국내외 유행으로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염력이 기본 바이러스 변이보다 강력한 데다가 백신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가 누적 1500만명을 돌파하고, 확산세가 소폭 감소세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정 청장은 "영국 변이에 비해서는 전파력도 높고, 위중증 중증도도 높인다는 보고들이 있다"라며 "백신의 효과가 있지만 영국 변이보다는 좀 더 낮은 효과를 보인다는 보고들이 있기에 계속 예의주시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지난 15일 기준 델타 변이 감염자가 155명 확인됐다. 주요 변이 4개 중 알파(영국) 변이(1663명) 보다는 아직 적다. 베타(남아프리카공화국)·감마(브라질) 변이 감염자는 각각 140명, 6명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인도에서 처음 확인된 이 변이는 다른 변이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43~90%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 속으로 들어갈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겨 세포에 잘 진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 중장년층보다 젊은 층이 감염될 위험이 2.5배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델타 변이 확산… 다시 빗장 거는 유럽
해외에선 영국을 중심으로 델타 변이 확산세가 이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률 46%를 넘긴 영국에서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3~19일 영국 신규 확진자는 6만33794명으로 직전 7일보다 33.2%(1만5896명) 증가했다. 특히 최근 신규 확진자 중 90% 이상이 델타 변이 감염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17일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616만6000여건으로 앞서 4~10일과 비교해 1.3%(3만7827건) 늘어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검사 건수가 증가해 확진자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영국은 21일(현지시간)로 예정했던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해제 시점을 다음달 19일로 연기했다.
이처럼 영국에서 델타 변이가 확산하자 독일,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 국가들은 자국 내 변이 바이러스 유입을 방지하고자 영국에 빗장을 걸고 있다.
독일은 영국을 변이 우려 지역으로 지정하고 독일 국민이나 영주권자, 이들의 직계가족 등만 영국에서 독일로 입국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프랑스는 백신 접종을 마친 여행자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지참했을 때만 영국에서 입국할 수 있도록 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19일부터 영국에서 입국 시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고 입국 후 닷새간 의무적으로 격리하도록 했다. 벨기에는 이르면 27일부터 영국발 비(非)유럽연합(EU) 여행객 입국을 금지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대응에 나섰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 보건당국은 지난 19일 밤 델타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700편이 넘는 항공편을 취소했다.
◇ "새 지배종 될 것"… 백신 예방 효과는 '긍정적'
델타 변이가 다른 바이러스를 누르고 지배종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숨야 스와미나탄 국제보건기구(WHO) 수석과학자는 "델타 변이는 영국에서 처음 확인된 알파 변이보다 전파력이 60%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로셸 월런스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델타 변이가 미국의 지배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백신 접종으로 델타 변이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어 불안감을 다소 더는 분위기다. 잉글랜드 공중보건국(PHE)은 지난달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2차까지 다 맞으면 각각 88%, 60%까지 (델타 변이에 대한) 감염 예방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스콧 고틀리브 전 미국 식품의약처(FDA) 국장은 최근 방송에 출연해 "mRNA 백신(화이자·모더나) 접종을 완료하면 델타 변이에 약 88% 효과를 보이고, 얀센과 AZ도 약 60%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