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쿠팡에 따르면 김 의장은 지난달 31일 쿠팡 사내이사 및 쿠팡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앞으로 뉴욕 상장법인인 쿠팡 Inc.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 의장직에 전념해 글로벌 확장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쿠팡Inc.는 한국 쿠팡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쿠팡 측은 "국내 사업을 넘어 해외 진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최근 해외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닛케이신문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쿠팡은 이달 초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에서 처음으로 해외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과일·채소, 유제품, 육류, 수산물, 일용품 등 20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총 300여개 상품을 서비스 품목으로 선보였다.
쿠팡은 싱가포르에서도 지난 3월 법인을 세우고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 등 진출 준비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김 의장이 네이버 창업주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행보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이 GIO는 해외시장 개척에 집중하겠다며 2017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놨고, 이듬해인 2018년엔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났다. 그는 미등기임원인 GIO를 맡아 일본 진출 등 네이버의 해외 투자를 이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아직 성장단계로 치열한 경쟁 중이지만, 쿠팡 입장에선 일단 어느 정도 경쟁에서 승기를 잡고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물류투자도 상당부분 진행된 데다가 네이버·카카오·우아한형제들 등 경쟁사들의 보폭에 맞춰 쿠팡도 본격적으로 해외진출에 힘을 싣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임 이사회 의장은 강한승 대표가 맡는다. 신규 등기이사로는 전준희 개발총괄 부사장과 유인종 안전관리 부사장이 선임됐다.
한편 쿠팡은 이날 부산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총 2200억원을 투자해 부산 강서구에 17만㎡ 규모 물류센터를 건립한다고 밝혔다. 미국 상장 이후 △3월 전북 완주 △4월 경남 창원·진해 △5월 충북 음성에 이은 네 번째 국내 물류센터 투자계획이다. 이로써 쿠팡은 올해에만 누적 1조200억원에 달하는 투자계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