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들의 잇단 과로사로 촉발된 택배 분류작업 100% 사측 부담 문제를 두고 택배사와 택배 근로자(노조) 간의 신경전이 그칠줄 모르고 있다.
택배사 측은 100% 회사 측 인력투입을 즉각적으로 지키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분류작업 전담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택배노조 측은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사측이 즉각적인 분류 인력 투입을 하지 않을 경우 무기한 파업 등의 총공세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사측은 비용 부담 때문에 단계적으로 근무 인력을 투입해 연말까지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내년부터 100% 전면투입을 요구했고, 노조 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5시간 정도 걸리는 분류작업은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공짜노동’이라며 사측이 그간 택배기사를 죽음의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며 “올해만 5명의 택배기사가 과로로 숨졌고, 최근에도 과로사에 가까운 사건·사고가 빗발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택배 노조 측은 현재 쟁의권을 가진 2100여명을 비롯해 15일부터 5500여명의 노조원이 서울로 상경해 전면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측은 특히 분류작업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는 우정사업본부를 맹비난 하고 있다.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 등이 그나마 협상 테이블을 통해 단계적으로 분류인력 투입을 약속해 왔으나 정부 기관이라는 명분으로 우체국 택배에 대한 분류작업 인력 투입을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택배사와 우정본부는 “택배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택배사들은 전체 택배기사 5만5000명 가운데 택배노조 가입률은 11% 정도로, 이 중 일부만 파업에 나서는 만큼 택배물류 대란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택배 노조가 전면적인 파업을 강행하고, 우정본부와 노조 비율이 많은 경기도, 경상도 등에서의 파업 비율을 높일 경우 해당 지역 시민들의 택배 이용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소규모로 택배를 발송하는 소상공인도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택배물량이 쌓이는 등 이용자 불편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당장 편의점 택배 이용료도 인상된다. CU는 15일부터 택배비를 최저 2600원(무게 350g 이하)에서 2900원으로 300원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무게 5㎏ 이상 20㎏ 이하 구간의 택배는 800원 인상된다. GS25는 무게 350g 이하 택배비를 현재 2600원에서 2900원으로 300원 인상하고, 20~25㎏은 1000원 오른다.
편의점들은 운송 계약을 맺은 CJ대한통운의 택배비 단가 인상이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롯데택배와 계약을 맺은 세븐일레븐과 한진택배와 택배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이마트24도 당장 가격 인상은 하지 않지만 분류작업 투입이 100% 이뤄지기 위해선 택배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우체국택배 노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들은 이날 여의도우체국 청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포스트타워를 기습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이날 농성에 참여한 노조원은 약 120명으로, 이들은 “택배 분류비용을 지급하지 않은 우정본부가 마치 비용을 준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며 “국민을 상대로 새빨간 거짓말이자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근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 중인 택배 노동자를 두고도 택배사와 노조 간 대립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자사 택배기사가 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밝힌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지난 13일 롯데글로벌로지스 경기 성남 운중대리점 소속인 택배기사 A(47)씨가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를 두고 노조 측은 A씨가 오전 7시에 출근해 하루 250여개 정도의 택배를 운송했고, 통상 자정~새벽 3시쯤 퇴근해 왔던 만큼 그간 피로가 누적돼 사고를 당했다는 주장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측은 A씨가 심야 업무는 1~5월 일 평균 1.2일이었으며, 배송물량도 205개라 ‘과로사’는 억측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