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의용 장관은 전날 저녁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70여 분간 통화하고 양국 관계와 한반도 문제 및 지역·국제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외교부는 양 장관이 이번 통화를 통해 지난 4월 3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논의한 양국 간 주요 협력 사안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면서, 내년 수교 30주년을 맞는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계속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 측의 관련 보도자료를 보면 왕이 부장은 정 장관에게 양국 관계보다 미·중 갈등 속 한국의 처신에 대해 중점적으로 얘기했다. 한·중 관계와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양국 온도 차가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중국 측은 보도자료에서 왕이 부장이 정 장관에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 "냉전 정신과 집단 대결로 가득 차있어 지역 평화·안정·발전의 전반적인 상황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왕이 부장은 또 중국이 이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고 분명히 밝히며, "우호적인 이웃이자 전략적 파트너로서 중국과 한국은 옳고 그름을 파악하고, 올바른 입장을 고수하고, 정치적 합의를 따르고, 리듬에 편향되지 않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미국의 반중(反中) 기조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며 한국이 동참하지 말아야 한다고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 같은 왕이 부장의 발언을 보도자료에 담지 않고 "정 장관은 글로벌 도전과제 대응에 있어 미·중 간 협력이 국제사회의 이익에 부합하는 바, 미·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했다"고만 전했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11~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 측에 미리 경고를 날린 것 아니냐는 추측이 뒤따랐다.
앞서 한국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여겨지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에 이미 미국과 한목소리를 냈듯, 이번 G7 정상회의를 통해서도 미국 주도의 '중국 때리기' 기조에 편승할 것을 우려했다는 얘기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통화가 있을 때마다 나오는 얘기지만, 양쪽 발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발표문안을 상의해서 (배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이 당국자는 또 "이번 통화는 한국 측 희망으로 했다. 저희가 먼저 제안했다"고 설명하며, 'G7 정상회의를 며칠 앞두고 중국에 통화를 제안한 목적이 무엇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서는 "G7 정상회의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한국이 G7 정상회의 주최국도 아니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