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진입을 먼발치에 두고 '빨리 늙어가는 중국'의 현실은 여러가지 암울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노동력과 생산이 감소해 경제성장은 둔화되는 반면 부양해야 할 인구는 급속히 늘어난다. 인구 증가로 인한 성장, 즉 '인구 보너스(demographic bonus)' 시대가 저물고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생산인구가 줄어드는 반면 부양인구가 늘면서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현상)' 시대가 다가오면서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지속적 발전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40년간 연평균 9%가 넘는 중국의 고속성장은 8억5000만명의 인구를 극심한 빈곤상태에서 구해냈다. 외부적으로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중국은 급속히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 '인구 보너스' 시대의 주인공이 인구의 60%가 18~35세인 '젊은' 인도로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 국가통계국은 10년 만의 인구센서스 조사결과를 지난달 12일 발표했다. 원래 4월초 예정되었으나 발표가 늦어지면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근이 극심했던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1958~1960) 시대 이후 처음으로 중국이 인구 감소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FT의 보도 하루 뒤인 지난달 29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홈페이지에 "중국 인구는 2020년에도 증가했다"는 한줄짜리 입장문을 게시했다. AP통신은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인구 통계에 얼마나 정치적으로 민감한지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이나 독일 등 일찌감치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국가들은 고령화 사회에서도 경제가 버텨낼 수 있지만 아직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는 중국은 여전히 풍부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경제 구조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31일에는 한가정 2자녀 허용정책을 5년 만에 3자녀 허용으로 산아제한을 또 풀었다. 저출산과 노동력 부족이 가져올 인구 위기에 대해 중국의 초조함을 엿볼 수 있다.
중국은 넓은 영토에도 불구하고 수자원이나 경작 가능한 농토가 턱없이 부족한 나라이다. 석탄을 제외한 화석연료나 철광이나 구리 같은 전략적 광물자원도 넉넉지 못하다. 역사적으로 조밀한 인구와 토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강제적인 인구조절정책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나라이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1960년 중국의 인구는 6억6000만명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1949년 당시보다 1억2000만명 정도 늘어난 수치이다. 1970년대 후반 덩샤오핑의 개혁·개방과 근대화·산업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당시 중국의 인구는 이미 10억에 가까웠다. 1980년 중국의 집권세력이 급속한 인구 증가가 중국 빈곤의 원인으로 결론을 내리고 '1가구1자녀정책'이라는 유례없는 산아제한 정책을 시작한 배경이다. 당시만 해도 경제규모에 비해 인구가 너무 많아 인구통제 없이는 국민소득 증대를 기대할 수 없다고 믿은 것이다. 2000년대 인구 증가율이 급격히 줄어들자 중국은 산아제한을 조금씩 완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부터는 부모 중 한쪽이 독자인 경우 두 자녀를 허용하더니 2015년부터 두 자녀 정책을 중국 전역에서 본격 시행했다. 중국 정부는 인구 감소를 우려해 출산장려정책을 실시하면서도 자녀수를 제한하는 극히 모순적인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다가오는 한·중·일 초고령사회
인구센서스 공식 결과에 따르면 중국 인구(홍콩·마카오 포함)는 지난해 14억1178만명이다. 10년 전 대비 7200만명(5.38%) 늘었다. 문제는 인구의 규모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이다. 16~59세의 생산가능인구는 8억8000만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4000여만명 줄었다. 중국 당국은 이 정도 수준이면 아직 노동력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인구 보너스' 효과의 약화를 당장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생산인구 감소가 지속되면 임금이 더욱 인상되고 결국 기업들의 비용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미 외국의 기업들이 고임금으로 탈중국을 가속화하고 미국이 동맹국들과 글로벌 공급망의 개편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현 추세라면 2021년 통계를 발표할 2022년에는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고 2033년에는 65세 이상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일본은 2005년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우리나라도 4~5년 후면 진입할 전망이다. 인구 구조 변화에서 일본의 뒤를 한국과 중국이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이다.
이미 10년 전부터 인구 감소가 본격 진행 중인 일본을 비롯해 지난해 처음으로 인구 자연감소 현상을 보인 한국이나 대만처럼 중국의 인구도 빠르면 올해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엔 두 자녀 정책을 실시한 효과로 출생아 수가 전년비 100만명 이상 반짝 늘어난 1723만명을 기록했으나 이후 곧바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영향도 있다곤 하지만 1200만명을 기록했다. 2019년 대비 18% 감소하고 60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결혼 건수도 813만건으로 12.2% 줄어들며 올해 출생아 수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사망자가 1000만명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부터 출생 아기가 사망자보다 줄어드는 인구 감소 '데드 크로스'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많은 선진국들의 공통된 고질병이다. 그러나 아직 부자가 되기 위해선 갈길이 먼 '인구대국'에게 '고령사회'의 짐은 너무 크고 무겁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49년 세계에서 가장 선진화된 강국을 꿈꾸는 중국에게 최대 위협은 미국이 아니라 고령화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3자녀 정책에 신생아 늘어날까? 글쎄요
출산 허용을 2명에서 3명으로 풀었으나 중국에서 신생아가 늘어나진 않을 전망이다. 세계 1위 초저출산국(2020년 합계출산율 0.84명)인 한국도 그렇지만 중국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주거비용, 육아와 교육 부담 그리고 4차산업혁명발 일자리 불안이 주요인이다. 중국에서 대졸자 초임은 대부분 100만원 이하로 우리보다 현저히 낮지만 대도시의 주택가격과 월세는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 베이징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필자의 아들에게 물었더니 시내 중고급 아파트가 20억원이 넘고 월세도 200만원 정도이다. 요즘 중국 남성은 결혼할 때 혼수품인 아파트나 자동차는 필수이다. 외지 출신이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 결혼조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중국의 젊은 부부들도 높은 주거비와 교육비 때문에 아이들을 부모에게 맡기고 맞벌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이 향후 산아 제한을 전면 페지하거나 0~3세 유아를 위한 보육서비스를 대대적으로 구축해도 출산율이 인구 고령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비관적이다.
고령사회로 향하는 중국의 모습은 일본이나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많은 중국 청년들은 일자리를 걱정하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할 만큼 사회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반면 중장년층인 기존 부동산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경제력과 건강을 뽐내며 소비와 여가생활을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하여 노인용 화장품, 피부관리, 의료건강 서비스 등 소위 'grey dollar' 시장이 팽창하면서 '고령사회'의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중국은 생산가능노동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근로자들의 정년연장을 예고했으나 현재 높은 청년실업률을 더욱 악화시키고 은퇴자들은 연금 수령 나이가 늦춰지기 때문에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1978년 이후 중국의 정년(남성)은 60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처럼 정년연장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라서 실시되더라도 점진적으로 정년을 늘려나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고령화와 생산인구 감소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작금의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노동력보다는 기술력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주장이다. 과거와 달리 현대 국가 간의 전쟁은 군병력보다는 드론과 같은 첨단 정밀무기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제 발전도 노동가능인구를 늘리거나 임금수준을 낮게 유지하는 것보다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 지도부는 인구 위기를 최소화 하고 질적 인구 보너스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반 제조업이 아닌 하이테크 고부가가치 중심의 성장방식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고학력 젊은 인재들을 양산해 로봇 등 첨단분야에서 승부를 한다는 의지에 불타있는 모습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기드온 라크만(Gideon Rachman) 칼럼니스트는 로봇이나 AI 등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14억이라는 인구 규모가 2050년까지는 급격히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중국은 유리한 입지에 있다고 분석했다. 또 14억에 육박하는 인도의 인구가 중국의 인구를 조만간 넘어선다 해도 현재 경제규모가 중국의 1/5 수준이라 두 나라 간 부의 격차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엔의 전망에 따르면 2100년 중국의 인구는 8억명, 인도는 15억명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인구증가도 양극화
중국의 세계 패권 도전을 좌절 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미국의 인구는 현재 3억3000만 정도로 인구가 193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도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들처럼 인구고령화 문제로 골머리가 아플 때가 멀지않았다는 분석도 많다. 지난해 78억명 정도의 세계 인구는 2100년까지는 110억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인구가 감소해도 나이지리아나 파키스탄 등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빈국들의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민이 자유롭게 허용된다면 자연적으로 빈국에서 부국으로 대규모 노동력의 이동은 불가피하다. 중국의 이민정책은 극도로 페쇄적이다. 이민자들이 사회안정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리하여 한해 겨우 수천명 정도의 외국인이 중국에서 영주권을 얻는다. 귀화하는 숫자는 극소수이다. 이민을 받아들여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한다는 생각은 아직 인구정책 옵션에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나 일부 서방국가는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이민자 수용에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어서 자연적으로 인구가 줄어도 노동력을 확보해 경제활력을 이어가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물론, 나라마다 이민자 수용 문제는 정치적 안정을 뒤흔드는 민감한 주제이다. 앞으로 지정학적으로 볼 때 세계의 최대 관심사는 각국이 이민정책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이다. '인구 감소 태풍'이 시작된 한국도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포용하는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시점이 다가온 것이다. 저출산을 막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어도 출산율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유의미한 대책은 사실상 이민뿐이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통일이 고령화문제와 노동력 감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 막연하고 비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