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개설 확인과 같은 필수요건을 갖춰 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FIU에 신고 접수를 한 거래소는 한 곳도 없다. FIU의 신고 수리 심사에 3개월가량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9월 말 내에 최종 승인을 받을 가상자산사업자가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가상자산업계 안팎에서는 지금까지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 20곳 가운데서도 살아남을 거래소가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FIU 신고 접수를 무사히 마칠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지는, 두 가지 필수요건을 모두 갖춘 곳은 4대 대형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이다. 다만 4대 거래소들도 은행 평가를 거쳐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확인서’를 다시 발급받아야 신고서 접수가 가능하다. 4대 거래소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은행과의 재계약 시점이 6~7월인 만큼, 다음달 안으로 재계약에 성공하면 거래소를 계속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FIU에 사업자 신고를 하지 못한 중소형 거래소들이 오는 9월 말 이후 폐업 결정을 내린 후 예치금과 가상화폐를 돌려주지 않고 잠적하더라도 이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신고 신청·수리 현황을 FIU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을 뿐, 무더기 폐업에 대비해 투자자들을 보호할 대비책은 없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특금법 시행으로 거래소가 줄 퇴출당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코인 투자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자는 중소형 거래소에 단독 상장된 알트코인에 투자한 사람들이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마다 상장 심사 절차가 제각각인, 상장된 코인의 종류는 모두 다르다. 거래소별 상장 심사 절차가 제각각인 탓에 거래 규모가 크지 않은 알트코인의 경우 일부 거래소에서만 거래를 지원, 코인을 사업자 자격이 부여된 타 거래소로 옮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알트코인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제때 자금을 옮겨 놓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투자금을 모두 날릴 수밖에 없다. 해당 거래소가 문을 닫거나 상장 폐지하면 다른 거래소에서 거래되기 어려워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는 셈이다.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가 직접 발행, 유통한 ‘거래소 셀프 코인’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소 셀프 코인 역시 거래소가 직접 발행한 코인이라 해당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되면 다른 거래소에서 거래되기 어렵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오는 9월 특금법이 본격 시행되면 FIU에 신고 접수를 하지 못한 거래소들이 갑작스레 문을 닫고 잠적하는 사례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거래소 운영자 잠적에 따른 투자금 회수 문제를 예방할 방법은 없으며, 그 피해는 중소형 거래소 등 일부 거래소에만 상장된 코인에 투자한 투자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