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추천이사제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화살을 정치권으로 돌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해 노조추천이사제를 완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과 재계의 반발과 함께 소극적인 민주당의 태도에 따라 향후 난항이 예상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문재인 정부가 정권 말기에 들어서면서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에 동력이 떨어졌다고 판단, 정치권을 압박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은 노조추천이사제가 시기상조이며,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노동 개혁과 맞물려서 같이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계 역시 "노조와 경영자 간 신뢰가 없는 적대적 노사 관계 속에서 노조 편을 들게 될 것", "사실상 경영 효율성이 떨어질 것" 등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금융노조는 민주당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당 대표 후보로 나섰던 송영길‧홍영표‧우원식 후보는 노조추천이사제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송 대표는 지난 4월 23일 당 대표 후보일 당시 금융노조와의 간담회를 갖고 “노조추천이사제 무산 역시 부끄럽다”며 “오늘 주신 말씀을 갖고 기재부, 금융위 등과 논의해 어디까지 솔루션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에 적용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 등 3건의 관련 법안도 발의된 상태지만, 국회 문턱은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금융노조는 이들 개정안의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앞서 IBK기업은행에 이어 수출입은행에서도 노조추천이사제가 불발되면서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특히 윤 행장은 지난 2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추천이사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으로, 중소기업은행법 등 관련 법률의 개정이 수반돼야 추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추천권을 행사할 당시에는 “경영에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하면서 사실상 책임을 국회로 돌린 바 있다.
그러나 진행속도는 더딘 상태다. 민주당에서조차 현재 노조추천이사제를 논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빈 민주당 대변인은 “현재 지도부 내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는 없는 상태”라며 “향후 계획 역시 나온 것이 없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도 “정무위 자체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를 한 것이 없다”며 “지도부 차원에서 이야기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들은 바가 없다. 개인적으로 법 개정으로 할 사안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