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검찰의 고질병 '수사기밀누설'에 칼 대나
공수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공소장 유출이 불법이라는 시민단체의 고발을 받아들여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이 사건에 '2021년 공제 4호'라는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공수처가 1·2호 사건(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이규원 검사 사건)에 이어 '이성윤 공소장 유출'을 수사하기로 나서자, 일각에서는 공수처가 '정치행보'를 하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공소제기가 된 것은 '이미 혐의에 대한 수사가 끝나고, 공소장이 법원에 넘어가 공개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피의사실유포죄'나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해당하지 않는데, 범죄도 아닌 사건을 수사한다는 것은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반면 공수처의 수사를 '정치적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이야 말로 핵심을 회피한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지난 17일 공수처에 고발장을 접수했던 당사자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대표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고발을 하게 된 경위는 공소장 유출 비밀 누설 자체보다는 '검언유착'의 정황"에 있다며 "유출한 검사와 유출 받은 기자가 평소에도 친분관계가 있었거나 평소에도 민감한 수사정보를 주고받던 관계였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이와 같은 내용을 공수처에 분명하게 진술했다"면서 "공수처는 바보가 아니다. 공수처가 공소장 유출만 볼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이에 더해 김 대표는 "공수처는 고발인의 진술에 따라 수사할 의무가 있다"면서, 자신이 보기에 공수처는 '검·언의 지속적인 수사기밀 유출'에 대한 수사 의지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실제 아주경제가 확보한 김 대표의 고발장 원본을 보면, "이번 공소장 유출 사건은 그동안 반복된 소위 '검언유착'의 한 형태로서 검사로 추정되는 검찰 내부자가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고의적으로 공소장을 유출한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라는 문장이 고발 이유의 맨 처음으로 적시돼 있다. 공수처가 고발장에 담긴 혐의를 누락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한다면,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을 수 없다.
공수처와 검찰 간 '싸움' 본격화 될 듯
한편 이번 공수처의 '이성윤 공소장 유출' 수사는 앞서 대검 차원의 진상 규명이 진행되고 있었던 만큼, 공수처와 검찰 간 치열한 힘겨루기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자체 감찰을 통해 공소장 유포자를 찾는 등 사태 정리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공수처가 사건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검찰은 내부 감찰 자료를 검찰과 공유하지 않기가 어렵게 됐다.
공수처법 25조2항은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내부에서 유포 혐의자가 검사로 발견됐을 경우 사건을 공수처에 넘겨야 한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착수 후 객관적인 혐의가 입증된 경우에 이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 간 충돌이 예상된다.
지난 13일 중앙일보를 통해 공개된 '이성윤 공소장'은 2019년 당시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이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담고 있다.
하지만 공소장이 보도된 후 검찰이 확인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흘려 부당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실제로 공소장에는 정식 기소도 되지 않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실명이 기재돼 있다. 이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불법 유출 의혹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대검은 즉시 대검찰청 감찰1과와 감찰3과, 정보통신과가 협업해 진상 규명에 착수하도록 했다.
지난 24일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는 '이성윤 공소장 유출' 사건을 고발했던 김한메 사세행 대표에 대한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앞서 지난 17일 김 대표는 현직 검사로 추정되는 '성명불상자'가 이 지검장에 대한 공소장을 특정 언론에 유출했다며, 이를 공무상 비밀누설의 혐의로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