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새벽총알' 택배기사님 안녕하십니까

2021-05-2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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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맨날 늦게 들어오는 아빠를 기다리는 것이 이제는 당연하게 된 아이들에게 무어라 이야기해야 할지 문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을 때 메시지가 울렸다. 택배를 놓고 가니 찾아가라는 택배아저씨의 문자 메시지였다. 이미 많이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택배를 들고 가다 보니 우리집에서는 아빠보다 늦게 일하는 택배 아저씨로 인식되었다.

말도 안 되는 질투였지만, 한때 아이들이 아빠보다 택배아저씨를 더 좋아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러한 일들은 우리집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분리수거 때마다 종이류에 가득 쌓인 택배박스는 우리의 변화된 일상을 반영한다. 어느 순간 택배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우리가 전 세계에서 택배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되어 자료를 찾아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 리테일(소매) 매출에서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이른다. 아쉽게도 전 세계 1등은 55%의 중국이었다.

새벽배송으로 불리는 한국의 물류는 최근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과 관련하여 경제 뉴스에 자주 등장하며 전 세계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손꼽히는 사례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인해 소비의 변화는 더욱 빠르게 온라인으로 돌아섰으며, 물류 인프라도 변화했다. 대형 플랫폼뿐 아니라 최근에는 온라인 개인 셀러들까지 등장하며 온라인 소비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한 택배 물량의 급증은 당연한 결과이다.

개인적 기억으로 1995년 TV홈쇼핑이 시작되면서부터 택배 서비스를 알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그 이전까지는 집배원 아저씨의 소포가 전부였다. 물론 이전부터 통신판매 등의 방법이 존재하였지만 물건을 구매한 적은 없었다. 일반적으로 거래라 함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나 무엇인가를 주고받으면서 나타난다. 그 이전까지는 단지 사진 몇 장만으로 무엇인가를 구매해야 한다 생각한 적이 없었다. 우리가 자주 구매하는 물품은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도 보고, 옆에 있는 직원에게 잘 어울리는지 물어보고 구매하는 것이 당연하였던 시기였다. TV홈쇼핑 역시 초기에 그리 많은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폭발적 성장은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이루어졌다. 재고 처리를 위해 많은 수수료를 주더라도 현금을 얻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채널이 TV홈쇼핑이었다. 초창기 외국의 홈쇼핑 내용에 더빙을 하여 판매하던 것에서 벗어나 쇼호스트의 등장은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쇼호스트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서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콕콕 집어 방송을 해주다 보니 구매욕구가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 시기는 인터넷을 통한 이커머스가 발전하게 된 시기이기도 하다.

중소 규모 이커머스 참여 기업의 증가와 경쟁에 따른 판매에 중점을 두다 보니 물류는 자연스럽게 택배회사의 몫이 되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택배’는 포장된 물품을 받아 수취인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만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물류 배송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배송을 비롯하여 보관, 유통 및 가공 등의 기능이 요구된다. 여러 물품을 주문한다면, 당연히 판매자는 이를 선별하여 하나의 박스에 포장하고 송장을 발급받아 택배회사에 넘겨야 배송이 가능하다. 아침과 저녁 배송을 받는 택배들은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 주문자인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이커머스의 발달과 함께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심해졌다. 제품원가를 따져야 함은 물론 플랫폼의 판매수수료를 제하고도 유통마진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물류비를 최소화해야 하는 비용적 부분과 더불어 구매자의 까다로운 배송 니즈를 만족시켜야 한다. 판매와 홍보에도 바쁜데 판매자가 매일 달라지는 복잡한 주문 속에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다. 이제 다품종의 출고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품목 정보에 따른 입고와 보관 프로세스의 변화가 요구되며, 합배송 및 포장 작업의 공정도 고민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빨리빨리’만을 외치던 물류 서비스가 더욱 스마트하게 진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디지털, 로봇과 자동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의 활용이 증가하였다. 드론 배송 및 로봇에 의한 창고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시작하고 있지만, 그 어떤 기업도 최종적인 라스트마일(last mile)에 택배아저씨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라스트마일은 본래 의미와 달리 유통 및 운송 등에서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와 만나는 최종 단계를 뜻하는 용어이다. 복잡한 프로세스 속에서 최적화는 공정 속에서만 존재하며, 문제가 되는 추가적 물품 분류작업과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전달되는 과정의 최적화를 과학적 근거가 아닌 우리네 택배아저씨의 경험과 감(感)에만 의존하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람은 참 간사해서 한번 편해지면 계속 편해지고 싶어지고 한번 좋은 것을 경험하게 되면 다음에 또 그 경험을 얻고자 한다.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이 일상화되면서 새벽배송에 우리가 열광하고 편리함에 감탄하던 때는 지났다. 이제는 구매자들이 왜 새벽배송에 열광했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이커머스가 발달할 수 있었던 주요한 원인은 배송에 있다. 맞벌이 부부나 1인가구의 증가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에 쇼핑하기 어려운 사람이 늘어났다는 점도 새벽배송의 성공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성공 요인은 다음 날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신선재료를 수 시간 전에 배송받고 싶다는 니즈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신선식품이기에 빨리 오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제품을 무조건 빨리 배송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날 우리 제품을 구매한 구매자는 다양한 사이트의 매력적인 상품을 찾아 비교해 보고 우리 제품을 구매하였을 때, 바라는 점은 구매한 제품이 문제없이 안전하게 배송되길 바랄 뿐이기 때문이다.

많은 뉴스를 통해 택배아저씨, 아니 택배기사님들의 열정과 노력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을 위해 우리가 배달을 덜 시키자는 것도 당연히 아니다. 2019년 방송되었던 KBS 탐사보도에서 2016년부터 방송 당시까지 집배원 사망자 수는 46명이었고, 올해 택배노동자 단체에서 제시한 과로사로 추정되는 인원은 16개월 동안 21명에 이른다. 모든 사고를 과로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확실한 것은 그 어떤 소비자도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택배아저씨가 사고로 다치거나 아프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영정보학과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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