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백신 접종하면 자가격리 면제…환영할 수 없는 이유

2021-05-0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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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제공]

"코로나19가 확산하니 여행을 자제하라고 하더니, 이제는 백신을 맞으면 해외여행도 갈 수 있고, 자가격리도 면제해 준다고 하네요. 백신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방침이 과연 적절한 대책인지 모르겠습니다. 참 씁쓸합니다."

여행업계 관계자가 토로했다. 그는 "백신 안전성 논란으로 국민이 불안감에 떠는 상황에서 내놓은 자가격리 면제 발표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5월 5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완료한 이를 대상으로 자가격리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국내에서 허가를 받은 백신을 접종 완료한 이가 약 2주간의 면역 형성 기간을 거치면 예방접종 완료자로 분류된다. 이를 '백신 예방접종 증명서'를 통해 입증하면 14일 자가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 등 변이 바이러스 유행국가에서 입국하는 경우는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을 맞는다고 해도 당장 이달부터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늦어도 8월 중에는 면역이 형성돼 해외를 오가는 데 좀 더 수월해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그동안 자가격리 완화와 비격리 여행 권역을 지속 주장해온 여행업계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놀라울 정도로 회의적이었다. 심지어 "대책 없는 대책"이라고 꼬집기까지 했다. 여행업계 입장에서는 터무니없는 당근책보다는 현재 상황에 맞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것이다. 

여행업은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감염 확산 우려에 각국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하늘길이 막혔고, 방한 외래객 수는 덩달아 곤두박질쳤다. 내국인의 해외여행과 방한외래객에 집중했던 여행사의 매출은 순식간에 제로에 수렴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여행 자제를 권고했고,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여행 수요도 급감했다.

정부가 일상을 통제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은 점점 지쳐갔고, 여행에 대한 갈증은 커져만 갔다. 그런 시점에 백신이 나왔다. 백신 접종이 가시화됐을 때, 국민은 빠른 시일 내에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 접종 후 사망·중증 의심 사례가 신고 접수되면서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 제기됐음에도, 정부는 "예방접종과 사망 간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백신은 문제 없다"는 원론적 답변만 늘어놓았다. 곧 백신을 둘러싼 국민의 신뢰도는 추락했고, 현재 우리나라 백신 접종률은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놓은 '자가격리 면제' 유혹이 어찌 섣부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백신 접종 대상이 한정적인 점도 자가격리 면제를 환영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자와 의료진 위주로 백신 접종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접종은 최대 2차까지 마쳐야 하고, 접종 완료 후에도 2주간 면역 형성 기간을 거쳐야 비로소 자가격리를 면제해준다.

설사 이 기간을 견디고 해외로 떠난다고 해도 코로나 이전처럼 여행을 할 수는 없다. 여전히 한국인 입국을 허용하는 나라보다 아직 제한을 두는 나라가 더 많고, 입국을 허용해도 대부분 국가는 자가격리 14일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를 종합해봐도 이번 발표는 위기의 정부가 백신 접종률을 올리기 위해 급조한, 실효성 없는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백신 접종을 마치면 그동안 우리의 삶을 얽매던 '2주 자가격리'에서 해방된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하다. 자가격리 면제 혜택에 해외여행이 좀 더 자유로워지게 되고, 더 나아가 여행업 정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해외여행' 길을 열어 여행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아닌,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포상'용으로 내놓은 급박한 유혹은 오히려 업계 그리고 국민 불신만 더 키우는 '독'이 될 수 있다. 

정부는 포상을 주기 전에 국민이 백신을 믿고 맞아야 하는 당위성부터 피력해야 한다. 백신 안전성을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에게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말라"는 얘기를 하거나, 자가격리 면제·해외여행 등으로 국민의 여행 욕구를 건드리기보다는 백신의 안전성과 그 근거를 정확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강조해 신뢰를 회복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안전성이 확보되고, 국민의 신뢰가 쌓이면 백신 접종률은 자연스레 오른다. 국민의 여행 갈망, 해외여행 재개를 학수고대하는 여행사의 절박함을 볼모로 삼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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