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탑승 후 200m쯤 이동했을 때 왼쪽에서 외식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몸이 살짝 앞으로 쏠릴 정도의 급제동이 걸렸다. 차량은 당황한 표정의 배달원을 지나쳐 유유히 시내 도로로 접어들었다.
기자가 운전자였다면 접촉 사고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자율주행 차량의 반응 속도는 빨랐다.
10여분의 짧은 시승 소감. 중국 정보기술(IT) 공룡 바이두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아폴로 자율주행 시스템은 이미 완성 단계에 진입했다.
지난 26일 방문한 1만3500㎡ 면적의 아폴로 파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율주행 차량 시험장이다.
2018년부터 조성 작업이 시작돼 지난해 5월 완공됐다. 현재 운영 중인 테스트 차량은 200여대 규모다.
통합 관제가 이뤄지는 사무실 내 전광판에는 '안전 운영 1462일째'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외부로 나와 링컨 MKZ 차종의 자율주행 차량에 올랐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 바이두의 한 연구원이 운전석에 동승했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 단계 중 이 차량의 시스템은 4단계와 5단계 사이"라며 "사실상 운전자가 탈 필요가 없지만 회사 규정상 탑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 분류에 따르면 4단계는 '운전자 개입 없이 주행이 가능하지만 운전자가 위험 상황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하는' 고도 자동화 단계다. 5단계는 운전자가 불필요한 완전 자동화 단계다.
시내로 접어든 차량은 시속 58km까지 속도를 높였다. 시스템에 입력된 최고 속도는 시속 60km다.
차량 내 모니터에는 속도와 주행 거리,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 및 예상 소요 시간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주변 차량은 물론 인근을 지나는 오토바이와 보행자 수까지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하차도로 진입할 때 운전면허 연습용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었지만 불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신속하고 유연한 감속이 이뤄졌다.
동승한 연구원은 "상부에 설치된 라이다(거리 감지 시스템)에는 9개의 카메라와 센서, 레이저 등이 탑재돼 있고 차량 앞뒤에도 레이저가 달려 있다"며 "도로의 감시 카메라로부터 교통사고 등 정보를 수신해 차량 운행에 반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깔끔한 유턴 직후 목적지 도착과 운행 종료를 알리는 음성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전 경로에 걸쳐 동승자는 한 번도 운전대를 만지지 않았다.
바이두는 베이징·상하이·광저우·충칭·난징·창사·창저우 등 7개 도시에서 자율주행 택시의 시험 운행을 진행 중이다.
아폴로 파크에서 만난 녜위런(聶育仁) 자율주행 사업부 주임은 "로보택시의 누적 주행 거리는 230만km에 달한다"며 "20개 도시에서 운영 중인 자율주행 미니 버스 이용객도 10만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차량 생산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바이두는 민간 1위 완성차 업체인 지리자동차와 전기차 생산업체 지두자동차를 합작 설립했다.
이르면 2년 뒤 첫 전기차가 출시된다.
녜 주임은 "바이두가 차를 만들면 더 많은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에 자율주행 기술을 누릴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