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16개 대학이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 대상인 2023학년도 대학입학시험에서 정시 비중을 40%로 늘리기로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비리 의혹으로 수시모집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진 탓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9일 대학입학 전형위원회 심의 결과를 담은 '2023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정시모집이 22.0%인 7만6682명, 수시모집은 78%인 27만2442명이다.
수시 비중은 2020학년도에 77.3%까지 올랐다가 2021학년도 77.0%, 2022학년도 75.7%로 감소했으나 2023학년도에 다시 늘어난다. 학령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수도권 대학들이 학생 선점을 위해 수시모집을 적극 활용하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대와 고려대·연세대 등 서울 주요 16개 대학은 정시 비중을 평균 40.5%로 확대한다. 2021학년도와 비교해 11.5%포인트 늘어났으며, 이들 대학에서만 2만1011명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로 뽑는다.
16개 대학(가나다 순)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다.
정시모집 인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대학은 중앙대(490명)와 서울대(366명)다. 특히 서울대는 정시 비중이 2022학년도 30.1%에서 2023학년도 40.1%로 10%포인트 증가한다.
앞서 교육부는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비리 의혹으로 대입 불공정성 문제가 불거지자, 서울 주요 16개 대학에 수능 위주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권고했다. 대학들은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이어가려면 정시 비중을 늘려야만 한다.
대교협은 또 서울대가 2023학년도부터 정시에 학교생활기록부를 반영하기로 한 방침도 승인했다.
서울대는 2023학년도부터 수능 점수 100%로 2배수를 우선 선발한 뒤 수능 점수 80점·교과 평가 20점을 합산해 신입생을 뽑기로 했다. 그 전까지는 미술대와 사범대 체육교육과, 음악대를 제외하고 모두 수능 점수 100%만을 반영한다.
일부에서는 서울대가 정시 확대 방침을 겉으로만 따르고, 사실상 수시모집에 활용되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대교협 관계자는 "수능 위주 전형에 수능 점수를 몇 % 이상 반영해야 한다는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령인구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2023학년도 대입 모집정원이 전국적으로 늘어난 것과 관련해선 "그해 미달 인원만큼을 다음 대입 모집정원에 추가할 수 있는데, 2021학년도에 미달 인원이 대거 발생한 것이 2023학년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