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NA] 미얀마 시민들, 침묵시위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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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된 시위참가자들을 추모하는 뜻을 담은 '신발 행진' 사진이 SNS에 게재되고 있다. (사진=민 뗏씨 제공)]


군부의 무력진압으로 사망한 시위참가자가 730명을 돌파한 미얀마에서는 4월 초순, 꽃을 꽂은 신발 사진들이 SNS에 쏟아졌다. 이 사진들은 '(희생된) 영웅들은 아직 걷고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13일부터 시작된 미얀마 설(띤잔) 연휴기간에는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 페인트가 거리에 뿌려졌다. 군부의 잔혹한 무력진압으로 시위규모가 점차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미얀마에서는 침묵의 저항이 이어지고 있다.

'신발 행진'은 희생된 시위참가자들을 추모하면서 앞으로도 군부에 대한 저항의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나타내기 위해 이달 8일부터 시작됐다. NGO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미얀마인 남성 민 뗏(37)씨는 이달 8일, 이웃 주민 7명과 함께 '신발 행진'에 동참했다. 희생자들을 위해 신발에 노란색과 빨간색의 꽃을 꽂은 사진을 본인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그는 "쿠데타 이후 줄곧 시위에 참여해왔다. 최근에는 군부의 잔혹한 무력진압으로 안전하게 시위를 할 수 있는 장소조차 찾기 힘들지만, 저항정신은 계속 나타내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총을 지닌 군인 뿐만 아니라, 체포권한이 있는 사복경찰들이 온갖 장소에 배치되고 있다"면서 체포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냈다.
미얀마에서는 쿠데타 직후 군인들을 '악령'으로 보고, 오후 8시부터 냄비 등을 두드리며 항의의 뜻을 나타내는 운동이 시민들 사이에서 확산됐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Z세대' 젊은이들의 제안한 운동이라고 한다. 군부의 무자비한 무력진압으로 사망자가 급증한 3월 이후에도 젊은이들은 시민 전체가 출근을 거부하는 '침묵파업'을 제안, 결행되기도 했다.

4월 대부분의 무선인터넷 통신망이 차단된 이후에도 시민들은 다양한 시위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다. '신발 행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후레쉬를 야간의 정해진 시간에 일제히 켜는 '후레쉬 파업', 기독교 부활절을 흉내내, 항의 메시지를 담은 계란을 이용한 '에그 파업' 등이 펼쳐졌다.

[피를 상징하는 페인트가 뿌려진 버스정류장. 이를 발견한 군인들이 즉시 제거에 나섰으나, 흔적까지 지우지는 못했다. =18일, 양곤 (사진=NNA)]


13일부터 시작된 띤잔 연휴를 맞아, 전통적 행사인 물 뿌리기 축제에 대부분의 시민들이 불참했다. 동시에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 페인트가 버스정류장 등에 뿌려졌다. 평온함을 연출하고자 하는 군부는 붉은색 위에 하얀색 페인트를 덧칠하거나 제거하는 작업에 나섰다.

다만, 이러한 침묵시위도 절대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신발이나 계란을 길에 진열하는 행위가 군부에 적발되면 구속대상이 되며, 인터넷 상에서 눈에 띄게 군부에 반대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군부는 색출에 나선다. 지금까지 사회불안을 조성하는 형법 위반 혐의로 군부가 지명수배를 내린 사람은 200명이 넘는다. 저항활동을 이어가며 본인 SNS계정을 가명으로 바꾸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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