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전국 곳곳에서 직장, 교회, 유흥시설 등 밀집 공간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고, 변이 바이러스의 우세종 가능성이 염려되는 등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는 현 시점에 적절치 못한 방역 조치라는 지적이다.
이는 확진자 급증에 대한 위험성보다는 민생 경제의 타격을 더 우려한 데 따른 정부의 의도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확산세를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쳐 추후 방역 상황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제기된다.
11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날 종료 예정이던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와 전국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는 다음 달 2일까지 3주 더 연장된다. 또 최근 확진자 급증세가 뚜렷한 수도권과 부산 지역 유흥시설의 경우 운영이 금지된다.
문제는 바뀐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 시한이 2주에서 3주로 길어진 점을 제외하면, 실상 방역 내용이 종전과 거의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확진자 발생을 획기적으로 제어할 만한 요인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방역 당국은 유흥시설의 경우 방역 수칙 준수 등 자율적인 노력 상황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별로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허용키로 했다. 정부가 집단감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설에 대해 사실상의 예외 사항을 마련, 오히려 숨통을 틔워준 모양새가 된 것이다.
실제로 이달 5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1주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5일 473명 △6일 477명 △7일 668명 △8일 700명 △9일 671명 △10일 677명 △11일 614명이며, 하루 평균 611명꼴인 것으로 집계됐다.
거리두기 단계 조정의 핵심 지표인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는 591명으로, 이미 2.5단계(전국 400∼500명 이상 등) 기준을 웃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과 같은 코로나 유행 확산세를 감안할 때, 이 같은 정부의 핀셋 방역이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 근원적 의문을 표하고 있다. 오히려 일일 확진자가 500명대에서 1000명대까지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의 전례가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향후 자칫 확진자 수가 더 폭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현재가 확진자 급증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 생각한다. 거리두기 단계를 당연히 상향하리라 예상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며 "민생 경제도 중요하지만, 문제는 현재 상황이 지난해 3차 유행으로 진입했던 시점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같은 오류를 반복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솔직히 말해 작년 말 3차 대유행 초입 시점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당시에는 수도권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전국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고, 해외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도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다음 주 확진자가 1000명까지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무엇보다 유흥시설 등 위험한 장소별로 강력한 방역 조치를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