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뉴딜펀드] 관제펀드는 정권과 함께 사라진다?

2021-04-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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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녹색펀드'ㆍ朴 '통일펀드', 임기 끝 수익률 폭락ㆍ청산 수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뉴딜펀드 판매 창구를 방문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의장과 함께 뉴딜펀드 판매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딜펀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과거 정부가 주도한 '관제펀드'들이 모두 정권 교체 후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과거 펀드들과 다르다고 설명하지만, 시장에서는 대내외 환경이 변하면 뉴딜펀드 역시 흑역사를 반복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과거 정부 주도로 출시된 관제 펀드들은 대부분 '용두사미'로 그쳤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펀드'가 대표적이다. 2008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 전 대통령이 국가 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제시하자, 금융권은 '녹색금융협의회'까지 창립하며 관련 상품 출시에 열을 올렸다. 국내 주식시장에는 녹색산업지수가 추가되며 관련 지수를 기초로 한 펀드상품은 물론, 녹색금융을 표방한 예·적금, 보험, 카드 상품이 잇따라 출시됐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에 힘입어 녹색성장펀드는 한 달여 만에 20개 이상이 신규 설정됐고, 수익률은 한때 58%에 달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임기가 끝나면서 힘이 빠졌다. 녹색을 내건 금융상품은 2014년 4월을 마지막으로 출시를 멈췄다. 녹색성장펀드 수익률은 정권 말기 들어 -21.6%까지 내려갔다. 당시 출시된 펀드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일부는 정권 교체 후 펀드명에서 '녹색', '그린'이라는 단어를 뺐다. 투자전략을 변경하는가 하면, 관제펀드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녹색지수 역시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도 상황은 비슷했다. 박 전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 직후 금융회사들은 앞다퉈 통일 관련 상품을 내놨다. 펀드 테마에는 '통일'이 추가됐으며, 수십개의 관련 펀드가 나왔다. 그러나 7년이 지난 현재 통일펀드는 7개밖에 남지 않았다. 설정액은 678억원에 불과하다. 최근 반년 새 3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이 빠져나가며 자금 이탈은 이어지고 있다. 조만간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이처럼 관제펀드가 정권 교체 이후 장기간 운용에 성공한 전례가 없다 보니, 뉴딜펀드를 둘러싼 우려가 당연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과거 관제펀드가 실패한 이유는 분명하다. 정책자금을 크게 들이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면 민간펀드와 차이가 없는 셈이고, 정부 자금을 투입하면 수익률이 높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매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시장의 이 같은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5일 '뉴딜펀드 관련 7문7답' 자료를 내고, '과거 정부가 주도한 관제펀드들이 모두 실패했는데, 이번에도 실패하는 것 아닌가'라고 자문했다. 금융위의 자답은 △과거 녹색펀드, 통일펀드 등은 사업 실체가 부족했고 △한국판 뉴딜은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차별화된 강점으로 금융위는 △디지털‧그린이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신사업 분야이며 △관련 예산사업이 선정돼 사업 구체성이 상당수준 갖춰졌고 △과거 펀드와 달리 재정이 후순위 위험부담을 맡고 있으며 △수년간 정책펀드 운용 경험이 상당 수준 축적된 점을 들었다.

하지만 시장 인식은 다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과거 펀드들이 모두 실패한 것은 사업 실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기보다 정권이 교체됐기 때문"이라며 "뉴딜펀드의 가장 큰 위험요인도 '정권 리스크'"라고 했다. 뉴딜펀드가 과거 펀드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사실상 정부가 손실을 떠안는 점에 불과하다.

혈세 투입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뉴딜펀드 수익률이 출시 초기부터 급격한 하락을 맞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정권 교체기에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시장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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