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이 창당 100주년을 맞아 대중적 인기가 높은 마오쩌둥(毛澤東)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당내 분란거리 해소에도 주력하는 모습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여부가 걸린 내년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외 지지를 모으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7일 창사완바오(長沙晩報) 등 후난성 지역 언론에 따르면 마오쩌둥의 손자 마오신위(毛新宇)는 청명절 연휴 기간 조부모의 고향을 잇따라 방문했다.
중국은 청명절에 조상의 묘소를 찾아 성묘하는 풍습이 있다.
인민해방군 소장 계급의 마오신위는 지난 3일 가족과 함께 후난성 창사 카이후이(開慧)진에 소재한 부친 마오안칭(毛岸靑)과 큰아버지 마오안잉(毛岸英)의 묘지를 참배했다.
또 할머니 양카이후이(楊開慧)의 생가도 둘러봤다. 카이후이진은 양카이후이가 태어난 곳이다.
청명절 당일인 4일에는 마오쩌둥의 고향인 후난성 사오산(韶山)으로 이동해 할아버지 동상에 헌화했다. 현지 당위원회 간부와 지역 관료들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오신위는 "창사 인민들의 생활이 여유로워지고 현대화된 대도시의 멋도 있다"며 "(조부모 고향의) 향촌 진흥 사업을 보니 아름다운 그림을 펼쳐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소매를 걷고 젖 먹던 힘을 다해 시 주석이 내놓은 발전 전략을 이행해야 한다"며 "우수한 성과를 거둬 당의 100주년 생일을 축하하자"고 언급했다.
마오신위는 3일 후난성이 개최한 '홍색 재정·금융 선구자 마오쩌민 열사 업적 전시회'에도 참석했다.
마오쩌둥의 동생인 마오쩌민(毛澤民)은 중화소비에트 국가은행 초대 총재로 임명됐으며, 신장성(현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경제 개혁을 추진하다가 1943년 현지 군벌에 의해 처형을 당했다.
인민망은 "후난성 정부 차원에서 마오쩌민을 기리는 행사를 기획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마오신위의 이번 후난성 방문을 따로 전하지 않았지만,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이 대거 전파됐다.
특히 마오쩌둥과 생일이 같아 마오둥둥(毛東東)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마오신위의 아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웨이보에는 "마오둥둥이 증조부(마오쩌둥)의 젊을 때 모습을 빼다박았다", "아버지가 성묘하는 내내 큰 우산으로 비를 막아 주더라. 훌륭한 가풍은 사소한 언행에서 드러난다" 등 호의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앞서 마오신위는 지난 2월 화궈펑(華國鋒) 전 당주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좌담회에도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2019년 이후 2년 만에 공개 석상에 나타난 것이다.
화궈펑은 마오쩌둥이 직접 지명한 후계자로, 마오 노선의 완전한 계승을 주장한 인물이다.
왕후닝(王滬寧)과 한정(韓正) 등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2명이 참석할 정도로 중량감 있는 행사였다.
마오신위를 매개로 마오쩌둥과 시 주석을 연계하려는 의도가 명백히 엿보인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인들이 아직도 신처럼 추앙하는 마오쩌둥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아 자신의 집권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내년 장기집권 확정 앞둔 사전 포석인가
최근 전 공산당 총서기 자오쯔양(趙紫陽)의 유가족이 30년 넘게 머물던 자택에서 퇴거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프리랜서 기자 가오위(高瑜)는 지난 4일 트위터에 "자오쯔양 일가가 세간을 모두 정리했다"는 글과 관련 사진을 게시했다.
한때 덩샤오핑의 후계자로 주목을 받았던 자오쯔양은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가 터지자 무력 진압에 반대하며 시위대와 대화를 시도하다가 당에서 축출됐다.
이후 2005년 사망할 때까지 베이징 자금성 인근의 푸창후통(富強胡同) 6호 사합원(중국의 전통 건축 양식)에서 가택 연금을 당했다.
자오쯔양이 사망한 뒤 딸인 왕옌난(王雁南) 가족이 계속 거주해 왔지만, 지난해 공산당 중앙판공청은 퇴거를 지시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오쯔양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려는 시도라는 지적을 제기한다.
다만 규정에 따르면 이 주택은 자오쯔양의 부인이 사망한 2013년 당에 귀속돼야 했다. 그 자녀들이 8년 넘게 점유하고 있었던 셈이지만 강제 퇴거 조치는 없었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자오쯔양 유가족이 이사를 가기로 한 건 당과 화해를 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 입장에서는 당내 개혁 세력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혁명 원로 후손과 화해를 모색하는 이중 효과를 노린 것일 수 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창당 100주년은 체제 결속을 다질 절호의 기회"라며 "미국 등 서방 측 공세에 맞서고 내년 당대회를 계기로 장기 집권 목표를 달성하려면 당 내외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