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은 많게는 1000명이 투입되는데 사망자 수 기준을 1인 이상으로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합니다. 건설산업은 완벽에 가까운 안전시스템을 운영한다고 하더라도 정상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재식 대한건설협회 기술안전실 실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2021 아주경제 부동산 입법포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보완입법 방향’ 패널토론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사망자 수 기준을 1인 이상에서 1년 내 동시에 3인 이상이 사망했을 때로 완화해야 한다”고 이같이 말했다.
이 실장은 "500~1000여명을 투입하는 건설현장이 국내에만 260여곳이 있다"며 "1000명이 투입되는 현장에서 사망자 수 기준을 1인 이상으로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사망자 기준은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한형 형량을 상한형 형량으로 개정해야 한다”며 “하한형은 고의범에 적용하는 형벌 부과방식으로, 과실법에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직접 ‘산업별 적용 매뉴얼’을 법을 시행하기 전 마련해 제공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실장은 “김영란법이 통과됐을 때 정부가 구체적으로 지침을 마련해줬듯, 경영책임자가 무엇을 만들고 구축해야 하는지 등을 매뉴얼로 작성해서 업계에 홍보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대표는 해외사례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법은 주요국보다 이미 처벌규정이 강력하다"며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신규 법 제정보다 산업현장에서의 현실적인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2007년 기업과실치사법을 세계 최초로 제정한 영국에서는 법인에 대한 처벌만 있을 뿐 기업의 경영책임자 같은 개인에 대한 처벌은 없다"며 "기업과실치사법에서는 사망사고에 한정해 사고의 원인이 해당 기업의 중대한 위반행위로 인정될 경우 범죄가 성립된다"고 말했다. 개인의 위반행위가 아닌, 기업의 조직 및 운영체계의 적절성 여부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는 "영국은 근로자 10만명당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기업과실치사법 시행 직후인 2009년 0.5명으로 시행 직전인 2006년 0.7명보다 감소했으나, 2011년부터는 다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기업과실치사법 도입에 따른 재해 감소 효과는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법은 시행을 앞두고 부작용이 커서 법을 시행하기에는 촉박하다”며 “부칙을 개정해서 법의 적용을 최소 3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법이 근로자 보호를 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서 입법이 됐지만 결함이 많다”며 “중대재해법은 특정된 사항이 아닌 전반적인 모든 업무와 산업에 대해서 과실범을 처벌한다. 법리상 충분한 논의 없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하청업체의 경영책임자, 안전담당자, 임원이 형사 처벌을 받으면 원사업자가 하청업체와 같이 책임을 지는지 등에 대한 중복처벌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원사업자와 하청업자가 다 처벌을 받으면 원사업자가 해외로 나가거나 해외 하청업체를 고용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김명수 국회도서관 법률정보실 전문경력관은 “법률 해석상 문제와 관련해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게 경영책임자 문제 부분”이라며 “법의 실효성과 관련해 우선 중대재해법의 책임 주체인 ‘경영책임자 등’의 범위를 확대해 실질적인 경영책임자가 처벌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책임자 등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는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안전보건담당임원을 별도로 둔 경우에는 대표이사가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곤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 시설안전과장은 “중대재해 처벌은 적용 대상부터 어떤 안전관리 체계를 갖춰야 하는지 등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해서 각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시행령 제정 작업을 하고 있다”며 “4월 혹은 5월 중 입법예고가 나오면 그때 구체적인 안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