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반복되는 증권사 MTS '먹통'…안 고치나 못 고치나

2021-03-24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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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훈 증권부 기자

"외국에서는 기본적인 보안뿐만 아니라 여러 기능과 서비스를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안정성도 금융기관의 신뢰성으로 본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증권사들의 시스템을 외국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낙제점 수준이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비롯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먹통 등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증권사 온라인 채널 전산 장애에 대한 한 금융보안 전문가의 지적이다.

MTS와 HTS가 주식 투자자들의 주요 거래 채널로 자리잡은 지 수년이 지났지만 전산 장애는 국내 주식 투자자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야하는(?) 이벤트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증시가 급락하자 거래가 폭증했던 지난해 3월을 비롯해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3000선을 돌파한 올해 1월에도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키움증권을 비롯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에서도 주문 체결이나 잔고 조회 등이 지연되는 장애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기업공개(IPO) 대어로 평가받는 기업에 대한 공모주 청약이 진행될 때에도 이같은 전산 장애가 매번 반복됐다.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 당시 한국투자증권 MTS 일부 접속이 지연됐고 상장 후에는 투자자들이 대거 매매하자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등의 MTS, HTS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청약자들에게 증거금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전산 시스템 문제가 발생해 과다 지급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건이 매번 반복되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반응과 해명은 한결같다. 접속 및 거래량이 급격하게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이다. 장애 발생 시 규정에 따라 보상하겠다는 곳도 있지만 규정 역시 증권사마다 달라 주문 폭증으로 인한 체결 지연은 장애로 규정하지 않는 곳도 있다.

주식 투자 열풍으로 개인 투자자가 급증하고 공모주 청약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만큼 증권사 입장에서는 미리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항변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에도 관련 장애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제기됐던 만큼 개선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은행 등 금융권 전반에 '디지털 전환'이 주요 경영 키워드로 자리매김한지 수년이 지났다. 은행을 비롯한 카드·보험사 등에서 관련 서비스를 내놓을 때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미 검토해왔거나 시행해왔던 것"이라며 관련 업계 내에서 '디지털 선두주자' 이미지를 강조해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권 내 디지털화 선두주자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전산 장애 소식은 업계의 목소리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한 만큼 이에 발맞추는데 그치지 않고 미리 투자해 대비하는 모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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