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노 칼럼] 전선 넓히는 미중 무역갈등..우리는 묘책있나

2021-03-2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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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 교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과 상대국에 대한 압박으로 세계적으로 원성을 샀다. 두달 전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극복과 경제회복, 이민 및 인종문제, 소득불평등과 양분된 미국의 통합 등 만만치 않은 국내 과제 해결을 위하여 고심하고 있는 반면, 트럼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대외통상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무역이 중요한 우리로서는 과연 바이든 대통령의 통상정책이 어떻게 전개될까,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해답을 얻기 위해 먼저 몇 가지 숫자를 살펴보자. 1960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1조4000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60년이 지난 2019년 88조 달러로 60배가 증가하였다. 지난 60년 동안 세계 GDP에서 차지하던 미국의 비중은 40%에서 24%로 뒷걸음질친 반면, 중국은 4%에서 16%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변화에는 무역이 가장 큰 기여를 하였다. 60년 동안 세계 무역은 140배가 증가하였는데, 미국의 비중은 13%에서 11%로 줄어든 반면 중국은 2%에서 12%로 6배 증가하였다. 중국의 세계 무역은 840배(6x140배)가 늘어난 셈으로, 매년 12%씩 복리로 증가한 셈이다.
예로부터 정치와 국방이 통상보다 중요시되어 온 것은 안타깝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영국의 청교도 혁명을 주도한 크롬웰은 1651년 항해법(Navigation Act)을 제정했다. 항해법은 영국 선박만 영국 식민지로 상품을 운송할 수 있으며, 모든 선박은 영국을 들러 수입관세를 내야 하고, 영국인 선원이 4분의3을 넘도록 하였다. 이 법은 영국이 당시 해상강국 네덜란드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서 곡물법과 더불어 악명 높은 보호무역법 중의 하나였다. 결국 영국과 네덜란드는 전쟁을 일으키게 되고 네덜란드는 패전 후 세계 무대의 뒷전으로 물러나게 됐다. 이 항해법에 대하여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s), 자유방임(laissez-faire)을 주장한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국부론(Wealth of Nations)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국방이 부(wealth)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항해법은 영국의 모든 통상법령 중에서 가장 현명한 것이다.”

정치·군사적 주도권을 통해서 얻는 이익은 세계 무역의 이득과 비교할 수 없이 크기 때문에, 주도권 장악을 위해서 세계 무역은 수단으로 활용된다. 19세기에는 영국이 국가 간 통상무역협정 체결과 자유무역의 확산을 통해서 세계 패권(hegemony)을 도모하였다. 20세기 GATT-WTO 체제도 미국이 고안한 패권주의 수단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은 자유무역을 사용하여 자유주의를 확산시키려 하였고 2001년도에 중국을 WTO에 가입하도록 허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통상이 상대적으로 국가의 통치 피라미드의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지만 통상문제가 피라미드의 위쪽에 영향을 줄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첫째, 무역을 통한 부의 축적은 전쟁무기를 손에 쥘 수 있도록 해준다.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는 무역을 통해 쌓은 부강한 경제력으로 스파르타를 멸망시켰다. 중국의 무역과 부의 축적은 미국에 정치·군사적 위협이 되었고 더 이상 중국에 유리한 자유무역의 판을 계속 깔아줄 수는 없다는 인식이 미국 내에 팽배하게 되었다. 병력과 대포 숫자를 세던 재래식 전쟁과 달리 현대식 전쟁은 전자정보를 바탕으로 한 고도의 기술전쟁이라고 한다. 손재주가 많은 중국이 상품 수출을 넘어 미국의 비교우위인 기술·지식과 데이터 영역까지 넘어오자 무역전쟁을 넘어 군비 경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 된 것이다.

둘째, 통상문제가 국내 중요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경제학의 정책 형성 모델은 통상정책을 통하여 유권자의 투표(vote)와 정치기부금(money)의 모금액을 극대화한다고 가정한다. 지난 2월 미국의 PEW 연구소에서 미국 성인 536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미국인들은 국제통상을 우선순위에서 19위에 꼽고 있다. 그러나 순위가 높은 코로나와 경제회복(1위), 일자리(3위) 등이 통상문제와 관련이 있다. 보조 코트에 있던 통상이 메인 코트로 넘어오고 있는 형국이다. 이것이 바로 4년 전 트럼프 등장의 배경이었으며 바이든의 51% 승리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지지로 표출된 반대표를 외면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미국은 통상을 넘어 중국과의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G7을 확장하여 한국, 호주, 인도가 추가된 민주주의 10개국(D10) 협의체 창설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영원한 맹방인 영국은 지난 1월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가입을 신청하였고, 3월 16일 발표한 국정종합보고서를 통해서 중국을 위협으로 간주하고 미국과 공조하여 인도·태평양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포위 전략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3월 17~18일 외교·국방장관 회담을 가져 양국 현안 문제를 논의하였다. 이 자리에서 쿼드(Quad: 미국, 일본, 호주, 인도)에 대한 한국 참여를 요청하는 소위 쿼드 플러스 문제도 논의는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은 우리에게로 넘어왔다. 코로나 이후에도 1990년대부터 20여년간 지속된 글로벌 무역의 전성기는 다시 오기 어렵다는 어두운 전망이 지배적이다. 무역은 우리 GDP의 70%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국제적 수요 제공과 일자리 창출, 기술력 및 국제경쟁력 제고, 달러 확보 기여 등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항목임을 부인할 수 없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분절과 국제무역의 침체 속에 미국발 보호무역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국제정치, 외교, 군사적인 문제까지도 복잡하게 내리 누르는 양상이다.  국제 관계에서 통상 문제는 따로 분리할 방법이 없을까? 묘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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