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한 사람 가운데 유럽과 같이 혈관 속 혈액 일부가 굳는 혈전이 생성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뜩이나 일부 유럽 국가에서 백신의 안전성을 이유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망 사례는 국내 접종률에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당장 다음 주부터 만 65세 이상 요양병원·시설의 입소자·환자, 종사자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2분 접종이 시작되는 만큼, 예방접종시행계획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계획대로 예방접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혈전 의심사례가 다른 기저질환(지병)이 원인이 돼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17일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국내 요양병원 입원환자였던 60대 여성 1명으로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이후 혈전이 생겼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준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이날 기자단 설명회에서 “기저질환이 있던 60대 환자가 지난달 26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고, 지난 6일에 사망한 사례가 있었다”며 “지난주에 조사가 이뤄졌고, 해당 사례는 호흡부전 사망으로 신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검 결과)육안 소견상 혈전있다고 확인됐고, 정확하고 공식적인 부검결과 확인해서 피해조사반서 다시 논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사망 직후 ‘호흡부전 사망’으로 신고됐으나 의무기록과 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인과성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사망자는 기저질환이 있었고 사인은 흡인성 폐렴과 급성 심근경색인데 이는 백신 접종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김중곤 코로나19예방접종 피해조사반장(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은 “장기간 기저질환이 있는 분이고, 의무 기록상 다른 사망원인을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이 있어서 예방접종보다는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면서 “백신과의 인과 관계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백신뿐 아니라 다른 백신,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같은 경우에도 접종 후 혈전이 발생한 것이 보고는 됐으나, 예방접종과 혈전 발생이 관련 없다는 최종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정은경 절병청장도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혈전 의심 사망 사례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부검결과는 나오지 않았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특히 그는 최근 유럽에서 보고되고 있는 혈전 관련 사례들이 특정 일련번호 제품들에 집중돼 있는 점을 상기시키며 “국내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한 백신만 접종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백신 접종 후 혈전 발견 사망자가 숨진 지 나흘이 지나도록 언급이 없다가 이제서야 공개된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혈전이 생성됐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실이 아니라면 적극 해명에 나서야 할 방역당국이 사실 여부 확인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는 데만 집중하는 것 같다”고 꼬집으면서, “백신을 접종해 사망자가 나오더라도 정확한 인과관계가 무엇인지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정부와 당국이 신뢰 확보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유럽 지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예방접종을 받은 약 500만명 중 혈전색전증을 보고한 사례는 지난 11일 기준 30건이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전체 또는 일부 중단한 국가는 최소 20개국에 달한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선 당장 오는 23일 요양병원·시설의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2분기(4~6월) 접종 대상자도 770만여명에 달한다. 이는 2분기 접종 대상자 약 1150만명 가운데 67% 수준이다. 결국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에 제동이 걸리면 계획 예정자 절반 이상이 다른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분기 중 국내 공급 일정이 정해진 백신은 아직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