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생계에 들어가는 비용을 빼고는 지갑을 닫았다. 여윳돈이 생기면 고이 저축했다. 이것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국민의 생존법이다.
17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4분기 일해서 벌어 들인 근로소득은 월평균 340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0.5% 감소했다. 사업소득은 99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5.1% 쪼그라들었다.
소득 최상위인 5분위와 상용직의 경우 소득 감소 폭보다 소비 지출 감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유경원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이날 열린 '한국의 사회동향 포럼'에서 "위기 시 취약계층의 소득 감소가 다른 계층보다 크지만 소비 지출의 감소 폭은 소득 안정 계층에서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취약계층은 소득이 줄면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부족해 소비 지출을 조정할 여지가 크지 않다. 반면 소득 안정 계층은 소득이 감소하더라도 소비 지출을 더 크게 줄여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위기에 대비할 수 있다.
이렇게 아낀 돈은 저축했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0.5%로 사상 최저를 기록하며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1%대에 그치고 있는데도 가계 저축률이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2000~2019년 평균 4.3%에 그쳤던 가계 저축률이 지난해 10% 안팎까지 불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언가를 사거나 본인에 대한 투자를 줄인 결과다. 저축률은 가계 소득에서 소비되고 남아 저축한 비율이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가격이 저렴한 중고를 이용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 1월 4377만8000명이던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수는 올해 1월에는 1억588만명으로 2.4배 증가했다.
중고거래 앱을 사용하는 시간 역시 같은 기간 1194만6000시간에서 2900만4000시간으로 2.4배 늘었다. 중고 앱을 통해 물건을 사려는 수요만큼 평소 잘 사용하지 않거나 필요 없어진 물건을 팔아 소소한 이익을 남기는 사람도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는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방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절약이 전체 소비를 악화해 경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경원 교수는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증가한 유동성과 이로 인한 자산시장 과열 양상 속에서 움츠러든 소비와 축적된 저축이 어떤 식으로 발현될지에 따라 경제 움직임이 달라질 것"이라며 "코로나 불확실성에 따라 소비 지출의 진폭이 커지고 경기 변동이 급격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