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회사인 '어펌'(Affirm)은 신용카드 없는 외상결제 서비스를 구현한 '유니콘'(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이다. 신용카드사에서 제공하는 일시불은 물론 할부판매 신용 서비스를 모두 제공한다.
서비스 구현 방식은 국내의 각종 페이 서비스와 비슷하다. 가맹된 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바일 앱을 제시하면 결제가 이뤄진다. 차이점은 국내의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은 연동 계좌에 충전된 금액이 있어야 하거나, 신용카드를 연결해야 하는 데 반해, 어펌은 고객이 제휴 은행에 제공한 신용도로 완벽한 신용카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최근 금융위가 네이버페이 등에 30만원 한도까지 신용판매 기능을 허용했으나, 어펌은 '카드업 라이선스 없는' 신용카드사나 다름없다.
어펌의 비즈니스모델은 기존의 신용카드사와 유사하다. 일시불의 경우 가맹점이 가맹점수수료를 낸다. 할부 서비스에 대해선 가맹점이 가맹점수수료를, 고객은 할부수수료(할부금리)를 납부한다. 신용카드를 발급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신용카드사보다 적은 비용으로 카드업무를 할 수 있다.
특히 신용카드를 발급받기 어려웠던 소비자가 온라인 전자상거래에서 손쉽게 외상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신용카드 발급이 굉장히 까다로운데, 피겨는 그 틈새를 잘 노렸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가마다 지급결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서비스가 더 좋다 나쁘다 말하기 어렵지만, 신용카드가 사라지는 추세는 분명하다"며 "그렇다면 어펌의 사업모델은 신용카드업과의 경계가 없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2019년 11월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대출시장에서 '포스 렌딩'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신용카드 단말기(POS)와 대출을 뜻하는 렌딩(Lendig)을 합한 용어로, 신용카드업을 인가받지 않고도 어펌과 같은 대출 서비스로 신용카드사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스웨덴의 '클라나'(Klarna) 역시 어펌과 유사한 사업모델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