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최신형 정치부장·정리=황재희 기자] "선출된 권력이 만능일 수는 없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숙제로 '개헌'을 꼽았다. 거여(巨與)의 입법 독주나 인사 실정, 검찰 개혁을 둘러싼 갈등 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고 봤다. 그는 인터뷰 도중 '개헌'이란 단어만 11번을 언급하며 “하루속히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처장은 지난 2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사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신현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의 파동,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문재인 대통령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밝혔다.
이 전 처장은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중수청 등 수사기관이 난립하는 것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여당에선 '대통령 공약인데 왜 시비를 거냐'고들 말하는데, 대선공약이라도 그것이 헌법과 법률 정신에 맞아야 하고, 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위헌적인 정책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이 전 처장은 "이 인터뷰는 문 대통령에게 하는 고언이 아니다. 국민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자,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법의 정치화·정치의 사법화'가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사법의 정치화.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헌법적 가치 분배, 혹은 마치 대통령이 삼권 위에 군림하려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그대로를 표출하는 것이다. (지금) 사법은 그야말로 한 정부의 부(部)로 전락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로, 하루속히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을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임기를 태우고 있다. 우리가 촛불을 들어서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린 뒤 국정농단을 막기 위해 제도를 바꾸자고 했으나, 문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이것을 마치 선출된 군주처럼 받들고 있는 것인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사법이 하나의 권력에 눈치를 보는, 사법의 정치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것은 반드시 개헌을 통해 구조를 바꿔야 한다."
-대통령 권력 분산의 방법도 여러 가지다. 4년 중임제나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중 가장 바람직한 것은 무엇인가.
"사회적 합의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넘어 제왕적 군주라고 본다. 그렇게 행동하고 주변에서 떠받들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180석 거대 정당을 갖고 있기 때문에 권력 구조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충분히 논의를 거쳐야 한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4년 중임제를 많은 국민이 원하고 있다. 한번 임기를 마치고 그 공과에 대해 평가하고 심판할 기회를 줘야 한다. 국무총리제는 폐지하고 부통령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사실 내 바람은 내각책임제인데, 우리 국민 성향으로 볼 땐 4년 중임제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 필요하지만, 특정인 옹호 안 돼"
-제21대 국회 이후 입법 독주 등 여당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선 선출직 권력을 이유로 정당성의 명분을 축적하는데.
"다수결 논리에 따른 의결 절차가 맞을지라도, 총선에서 이겼다고 할지라도 입법을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참여의 기회균등 하에 그 절차와 내용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절차를 따라야 한다. 다수결로 마음대로 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선출된 권력은 결코 만능이 아니다."
-'검찰개혁 시즌 2'인 중수청을 둘러싼 갈등도 가중되고 있다. 여당은 이달에 법안을 발의해 6월 통과를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상 속도조절을 주문했다는 해석이 많은데, 여당은 왜 밀어붙일까.
"수사기관이 난립하고 있다. 이렇게 국가권력기관을 장악하기 위해 사분오열시킨 예는 없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 견제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전부터 주장했듯이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특정인 옹호를 위해 진행된다면 나중에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과 공수처, 중수청, 국수본 등은 나중에 수사기관 간 혼선을 유발할 수 있다. 그 피해가 국민에게 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검찰 개혁을 다 못하면 다음 정권에서 하고 멀리 봐야 한다. 지금 하는 개혁은 정권이 바뀌거나 개헌할 때 결국 공염불이 될 것이다."
-중수청 핵심은 '검찰 직접수사권 폐지'다. 현행 헌법은 영장청구권을 검사에게만 부여하도록 했다. 일각에선 위헌성을 지적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이는데.
"헌법을 개정해서 검찰영장 독식 신청권을 바꾸지 않는 한 지금 추진하는 권력기관들의 헌법상 지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개헌을 해서 영장신청 독점권과 구속·압수수색영장 등을 바꾸지 않는 한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 하는 것은 체계상 맞지도 않을뿐더러 나중에 혼선을 불러올 수 있다."
◆"선택적 정의? 천박한 영웅주의···헌법 아노미 상태"
-여권이 문 대통령의 공약인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여러 논란이 일자 헌법 제72조를 거론하며 국민투표를 하자고 했다.
"사실상 북한은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우리도 언제든지 원자력 기술을 확보해서 (핵을) 보유할 상황이 되면 갖춰야 한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으로 이것이 완전히 허투루 된다면 안보에 굉장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탈원전은 국가 안위와 관련된 사항이다. 앞서 말했듯이 대선공약이라도 그것이 헌법과 법률 정신에 맞아야 하고 그 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위헌적인 정책이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약이 헌법과 법률이 둔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위헌이다. 대표적인 예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도를 이전하겠다고 한 것인데, 결국 헌법재판소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사실 이 같은 공약‧정책들이 너무도 많다."
-법무부와 검찰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신현수 사의 파동'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마치 검찰 개혁이 지고의 선인 것처럼, 최고의 선인 것처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빚어진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생각한다. 무리하게 개혁을 밀어붙이면서 나타난 내부적인 심기력이 반영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선택적 정의'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는데.
"자기들만이 쓸 수 있다는 천박한 영웅주의에 빠진 것이다. 헌법가치가 아노미 현상에 빠졌다.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에 나온 최초 법전인 함무라비 법전을 보면 1조에 이런 표현이 있다. 다른 사람을 고발하고 그 고발 사실을 증명하지 못할 때는 고발자를 사형에 처한다는 것이다. 거짓으로 사람을 곤란에 빠뜨리면 아주 엄하게 처벌하는 것인데, 10대 경제 대국이라는 대한민국을 보면, 언행불일치 지도자와 정치인, 지식인이 판을 치고 있다. 페어플레이가 설 땅이 없어 보인다. 심판해야 하는데, 금방 잊는다. 선택적 정의란 이름으로 모른 척 하지 말고, 부정부패에 관대해서는 안 된다. 핑계 대지 말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제21대 국회 이후 입법 독주 등 여당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선 선출직 권력을 이유로 정당성의 명분을 축적하는데.
"다수결 논리에 따른 의결 절차가 맞을지라도, 총선에서 이겼다고 할지라도 입법을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참여의 기회균등 하에 그 절차와 내용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절차를 따라야 한다. 다수결로 마음대로 한다는 것 자체가 헌법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선출된 권력은 결코 만능이 아니다."
-'검찰개혁 시즌 2'인 중수청을 둘러싼 갈등도 가중되고 있다. 여당은 이달에 법안을 발의해 6월 통과를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상 속도조절을 주문했다는 해석이 많은데, 여당은 왜 밀어붙일까.
"수사기관이 난립하고 있다. 이렇게 국가권력기관을 장악하기 위해 사분오열시킨 예는 없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 견제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전부터 주장했듯이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특정인 옹호를 위해 진행된다면 나중에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과 공수처, 중수청, 국수본 등은 나중에 수사기관 간 혼선을 유발할 수 있다. 그 피해가 국민에게 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검찰 개혁을 다 못하면 다음 정권에서 하고 멀리 봐야 한다. 지금 하는 개혁은 정권이 바뀌거나 개헌할 때 결국 공염불이 될 것이다."
-중수청 핵심은 '검찰 직접수사권 폐지'다. 현행 헌법은 영장청구권을 검사에게만 부여하도록 했다. 일각에선 위헌성을 지적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이는데.
"헌법을 개정해서 검찰영장 독식 신청권을 바꾸지 않는 한 지금 추진하는 권력기관들의 헌법상 지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개헌을 해서 영장신청 독점권과 구속·압수수색영장 등을 바꾸지 않는 한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 하는 것은 체계상 맞지도 않을뿐더러 나중에 혼선을 불러올 수 있다."
◆"선택적 정의? 천박한 영웅주의···헌법 아노미 상태"
-여권이 문 대통령의 공약인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여러 논란이 일자 헌법 제72조를 거론하며 국민투표를 하자고 했다.
"사실상 북한은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우리도 언제든지 원자력 기술을 확보해서 (핵을) 보유할 상황이 되면 갖춰야 한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으로 이것이 완전히 허투루 된다면 안보에 굉장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탈원전은 국가 안위와 관련된 사항이다. 앞서 말했듯이 대선공약이라도 그것이 헌법과 법률 정신에 맞아야 하고 그 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위헌적인 정책이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약이 헌법과 법률이 둔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위헌이다. 대표적인 예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수도를 이전하겠다고 한 것인데, 결국 헌법재판소는 위헌 결정을 내렸다. 사실 이 같은 공약‧정책들이 너무도 많다."
-법무부와 검찰 간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른바 '신현수 사의 파동'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마치 검찰 개혁이 지고의 선인 것처럼, 최고의 선인 것처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빚어진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생각한다. 무리하게 개혁을 밀어붙이면서 나타난 내부적인 심기력이 반영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선택적 정의'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는데.
"자기들만이 쓸 수 있다는 천박한 영웅주의에 빠진 것이다. 헌법가치가 아노미 현상에 빠졌다.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에 나온 최초 법전인 함무라비 법전을 보면 1조에 이런 표현이 있다. 다른 사람을 고발하고 그 고발 사실을 증명하지 못할 때는 고발자를 사형에 처한다는 것이다. 거짓으로 사람을 곤란에 빠뜨리면 아주 엄하게 처벌하는 것인데, 10대 경제 대국이라는 대한민국을 보면, 언행불일치 지도자와 정치인, 지식인이 판을 치고 있다. 페어플레이가 설 땅이 없어 보인다. 심판해야 하는데, 금방 잊는다. 선택적 정의란 이름으로 모른 척 하지 말고, 부정부패에 관대해서는 안 된다. 핑계 대지 말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권력은 권력이 견제…독선적인 정권은 결국 부패"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문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졌다고 보나.
"레임덕보다 더 심각한 현상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국민들의 신임을 상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권력은 권력이 견제하는 속성이 있다. 권력이 수평이나 수직으로 교체되건 아니건, 전 권력을 손보는 속성을 갖고 있다. 권력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1년 남았는데, 역동적인 사회를 위해 마지막으로 고언을 한다면.
"현 정부가 독선에 빠져 지지층만 바라보며 정부정책을 이끌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원칙이 무너지면 위기 극복이 있을 수 없다. 책임 있는 대통령이라면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해 공동체 미래를 위한 기본원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역동성도 상실해선 안 된다. 역사는 한 사건에 대한 계산서를 나중에 발행한다. 한 시대나 정권이 잘못한 것은 나중에 오는데, 이자를 엄청나게 부담하게 된다. 또 하나, 절대 권력은 반드시 내부로부터 붕괴된다. 독선적인 정권치고 부패하지 않은 정권은 없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문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졌다고 보나.
"레임덕보다 더 심각한 현상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국민들의 신임을 상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권력은 권력이 견제하는 속성이 있다. 권력이 수평이나 수직으로 교체되건 아니건, 전 권력을 손보는 속성을 갖고 있다. 권력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1년 남았는데, 역동적인 사회를 위해 마지막으로 고언을 한다면.
"현 정부가 독선에 빠져 지지층만 바라보며 정부정책을 이끌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원칙이 무너지면 위기 극복이 있을 수 없다. 책임 있는 대통령이라면 당장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해 공동체 미래를 위한 기본원칙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역동성도 상실해선 안 된다. 역사는 한 사건에 대한 계산서를 나중에 발행한다. 한 시대나 정권이 잘못한 것은 나중에 오는데, 이자를 엄청나게 부담하게 된다. 또 하나, 절대 권력은 반드시 내부로부터 붕괴된다. 독선적인 정권치고 부패하지 않은 정권은 없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