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의 독설(督說)] 최정우 회장, 정치권 사퇴압박에 첫 임기 채우는 포스코 CEO 될까요

2021-03-0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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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A+…‘CEO 승계 카운슬’로 투명화

역대 8명 회장, 정권 교체 후 모두 중도사퇴

2000년 민영화…여전한 국영기업 인식 문제

정치권, 연임 도전 나선 최정우 사퇴 압박

연임 실패시 첫 임기만료 회장…연임시 차기 정권

[사진=포스코]

[데일리동방] 포스코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규모로 발표하는 2020년 대기업집단순위 6위 올라있습니다. 그러나 포스코는 여타 대기업집단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동일인이 개인이 아닌 ‘포스코’라는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1968년 공기업으로 설립된 포스코는 지난 2000년 완전 민영화된 기업입니다. 포스코는 특정 기업에 넘겨지지 않고 국민기업 형태로 민영화를 했습니다.

민영화된 포스코는 지배구조가 잘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의 2021년 1분기 ESG 평가에서 G부문 A+를 받았습니다. 기업지배구조연구원이 평가한 963개 기업 중 G부문에서 A+ 평가를 받은 기업은 포스코를 포함해 18곳밖에 없습니다.

포스코는 1997년 사외이사제를 도입했습니다. 오너가 없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외부 압박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외이사 추천을 별도 외부 기구에 맡기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사회 구성원의 60%는 사외이사로 돼 있으며, 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가 맡습니다.

최고경영자(CEO)인 회장 선출 과정도 ‘CEO 승계 카운슬’이라는 제도를 도입해 투명화했습니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승계 카운슬에서 최종 면접 대상자를 회장 추천위원회에 제안하고 추천위가 심층 면접을 통해 회장 후보 1인을 이사회에 추천하는 구조입니다. 포스코 승계 카운슬은 지난 2007년 장하성 주중대한민국대사가 시민운동을 할 당시 주도해 도입한 제도입니다.

포스코는 현임 최정우 회장까지 총 9명의 회장이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최정우 회장 전 8명의 회장은 단 한 명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습니다.

포스코 초대 회장을 지낸 고(故) 박태준 회장(1968~1992년)은 1992년 당시 고 김영삼 대통령 당선인과 불화로 회장직을 내려놓았습니다. 이후 이른바 황경로 회장(1992~1993년)과 고 정명식 회장(1993~1994년)은 1년 만에 옷을 벗었습니다. 이들을 이어 포스코 회장에 오른 고 김만제 회장(1994~1998년)은 김영삼 정부에서 재임했지만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후 물러났습니다.

포스코는 유상부 회장(1998~2003년) 재임기간 중 완전 민영화됐습니다. 유 회장은 연임에도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후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로 인해 유죄판결을 받고 결국 중도 하차했습니다.

이구택 회장(2003~2009년)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후 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이 불거지면서 물러났습니다. 이명박 정부 후광으로 회장에 선임됐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던 정준양 회장(2009~2014년)은 각종 비리와 비자금 의혹이 제기되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사퇴합니다. 권오준 회장(2014~2018년)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최순실 사태와 엮여 끊임없이 사퇴 압박에 시달리다 1년 후 자진 사퇴합니다.

이처럼 포스코는 최우수 지배구조와 CEO 선임 프로세스에도 불구하고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교체됐습니다. 공기업 시절은 그렇다 하더라고 민영화로 국민기업이 됐음에도 이러한 현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포스코의 설립 배경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포스코는 제철보국을 만들기 위한 취지하에 국가 주도로 만들어진 기업입니다. 20여년 전 민영기업으로 거듭났지만 여전히 주인이 없어서 국영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즉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 사람’을 앉힐 수 있는 곳이라는 정치권 생각이 있다고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포스코 9대 회장인 최정우 회장은 이달 임기가 끝납니다. 최 회장은 이미 지난해 11월 연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취임 후 계속된 주가 하락과 사망 사고는 연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한 최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해 왔습니다. 실제로 포스코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최 회장을 차기 회장 단수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치권에서 최 회장에게 사퇴 압박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최정우 회장 3년, 포스코가 위험하다’란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최 회장에게 포스코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공식적으로 압박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또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포스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11.75%)에 반대의견을 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원칙적으로 오너가 있은 기업이라도 CEO에 대한 평가는 이사회에서 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사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는 기업일수록 ESG 중 G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기업의 CEO는 이사회에서 후보를 선택하지만 최종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평가로 이뤄집니다. 실제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주총에서 주주들에 의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소액주주 권익 강화라는 목적으로 오너와 경영진을 견제하는 법안들을 강행 처리했습니다. 따라서 주주가 CEO에 대한 공과를 물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산재사고 문제가 최 회장에게 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주주들이 반대하면 됩니다.

최 회장은 정치권 압박으로 연임에 실패한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임기를 모두 마치고 물러나는 첫 포스코 회장이 됩니다.

그런데 최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 임기를 끝까지 지키는 첫 포스코 회장이 될 수 있을까요. 연임된 최 회장의 임기는 다음 정권 중에 만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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