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28GHz의 전국망 구축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다.
이통3사는 지난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28GHz 주파수를 각각 2000억원의 대가를 주고 5년간 할당받았다. 할당을 받으면서 이통3사는 올해 말까지 기지국 총 4만5000개(사별로 1만5000개)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달 16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28GHz 대역 5G 무선국 현황’에 따르면, 이통3사의 28GHz 대역 기지국은 45개에 불과하다. SK텔레콤 44개, LG유플러스 1곳, KT는 한 곳도 없었다.
현실적으로 올해 말까지 기지국 4만5000개 구축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이통3사는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28GHz 주파수 이용권을 손상 처리했다. 보통 주파수 이용권은 실제 사용 가능한 시점부터 상각한다. 그러나 이용권을 쓰지도 않고 손상 처리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도 28GHz 전국망 구축은 비용이나 활용성을 고려할 때 어려움이 있다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28GHz의 전국망 구축은 당장 포기라고 보셔도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28GHz 전국망 구축을 꿈꾼 것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미국의 버라이즌은 28GHz 주파수 대역으로 5G를 구축했다. 버라이즌은 지난해 5G 다운로드 속도에서 506.1Mbps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접속률은 0.5%에 그쳤다. 다시 말해 최고 속도를 자랑했지만, 실용성은 떨어져 ‘속 빈 강정’이란 비판을 받았다.
앞서 국회에선 28GHz에 대한 방향을 정부가 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 소비자 간 거래(B2C)가 불가능하다고 결론이 난 이상 이통3사에 투자를 종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28GHz를 기업 간 거래(B2B)용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5G 특화망 대역에 28GHz 주파수를 우선 배분했다. 5G 특화망은 비통신사(기업)가 직접, 제3자를 거쳐 5G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팩토리 운영 주체 등 수요 기업은 이통3사와 협업하거나 직접 망을 설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현재 전자회사와 인터넷 회사 등 20여개 기업이 5G 특화망 설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상 28GHz 활용축이 B2C에서 B2B로 넘어간 상황에서 과기정통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과기정통부는 조만간 5G 특화망 공급방안이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5G 특화망을 희망하는 기업과 이통3사 사이에서 ‘윈윈전략’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