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DB하이텍 등 반도체 기업(파운드리, 팹리스 등)과 함께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발족식을 열고 국내 자동차·반도체 기업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강경성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이날 출범식에서 “글로벌 차량용반도체 수급불안은 전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불일치에 의한 것으로, 단기간에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이번 위기를 미래차-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수입을 위한 신속 통관과 국내 반도체 생산 업체의 빠른 성능평가를 지원하고, 중장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와 부품 등의 자립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동차-반도체 기업이 연계한 협력모델도 발굴·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품귀 현상이 글로벌 시장 전체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특히 우리나라 업체도 해외 의존도가 큰 것이 문제다. 실제로 현대차 또한 차량용 반도체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가 각각 10% 안팎의 점유율로 전체 차량용반도체의 30%를 생산하며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는 스마트폰, PC 등과 달리 상대적으로 ‘소량 다품종’ 제품이 필요한 데 비해 품질 및 신뢰성 요구 수준이 매우 높아 까다로운 생산 공정 준비가 필요하다. 최근 품귀 대란을 빚은 차량용 마이크로 컨트롤러(MCU)의 경우, 생산 준비 기간만 최소 6개월이 소요된다. 향후 자율주행용이나 전기차용 고부가가치 시스템 반도체를 준비하는 데는 최소 1년 이상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차량용 반도체의 자립화를 추진하려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과감한 인수합병 투자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는 세계 1위인 삼성전자도 이 시장에서만은 후발 주자이기에, 뒤늦은 설비투자는 오히려 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자동차는 한번 부품 이상으로 리콜이 시작되면 그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대형 차 사고라도 불거지면, 리콜 비용은 물론 평판 타격에 따른 추가 수주길도 막히게 된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쌓아둔 자금을 바탕으로 차량용 반도체 분야의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유력한 후보는 네덜란드 NXP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NXP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설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2019년 삼성 측이 이미 NXP와 TI 사업장을 실사했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다만 삼성전자는 오래 전부터 복수의 기업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복병은 총수 부재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활동 반경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빠른 의사 결정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 등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수익성 때문인데, 향후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대중화가 이뤄지면 한 대당 반도체 가격이 1000달러를 넘을 것이란 시장 전망이 나온다”며 “향후 성장성이 밝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로선 검증 받은 기존 업체를 인수하는 게 효과적인 투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