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투어웨이] 정신없이 달려온 우즈에게 쉼표가 되길

2021-02-2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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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사고 이전부터 현재까지

환하게 웃는 타이거 우즈 [사진=연합뉴스 제공]


타이거 우즈(미국)가 탑승한 차량이 내리막길에서 굴러서 전복됐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이른 아침(오전 7시경) 미국 캘리포니아 란초 팔로스 베르데스의 한 고개에서다. 동반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혼자서 촬영 및 라운드 건으로 달리던 중이었다. 중앙선을 넘어 연석·나무·광고판 등에 부딪힌 뒤 굴렀다. 굉음을 들은 주민이 911로 신고했다. 그가 있었기에 빠른 조치가 가능했다. 경찰과 소방관이 도착했을 때 그는 또렷한 의식으로 "나는 타이거 우즈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일요일 종료된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의 호스트다. 자신이 주최하는 대회에 참석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일이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의 호스트 최경주도 자가격리 2주, 미국 대회 출전 등의 이유로 국내에 오지 못했고,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최경주와 다르게 우즈는 출전은 못 했지만, 시상식에서 모습을 비추었다. 우승자인 맥스 호마(미국)와 트로피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서서 그 만의 미소를 지었다. 호마는 당시 그랬다. "나는 우즈와 하이파이브하려고 12년 동안 시도했는데, 실패했어. 근데 그가 내 옆에 서 있어. 정말 믿을 수 없어."

우즈는 다섯 번째 허리 수술을 받았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 출전에 대해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수술은 성공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좀 뻣뻣한 느낌"이라고는 했지만, "한 번 더 MRI를 찍어보고 괜찮으면 신체 활동을 더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긍정적인 말을 했다.

사고 전날 우즈와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인 드웨인 웨이드(미국)는 골프장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웨이드는 "타이거가 골프를 가르쳐 주고 있다. 나 잘해?"라고 우즈에게 물으니, 우즈는 "응 뭐…."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과 제스처가 달랐다. 두 사람은 "우리는 좋아질 거야"라며 환하게 웃었다.

사고 당일 우즈는 미식축구(NFL)에서 은퇴한 드류 브리스와 차저스의 쿼터백인 저스틴 허버트(이상 미국)와 같은 코스에서 골프를 치기로 한 상태였다.

7시경 우즈의 차량은 란초 비스타 초등학교 근처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중앙 분리대를 넘어 부딪히고 구르고 굴러 수영장이 딸린 집 근처 풀숲에 전복됐다. 신고한 사람도 이 집에 사는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굉음을 들은 즉시 911에 전화를 걸은 후 , 사고 현장으로 바로 달려갔다. 이 사람은 '호랑이를 구출한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
 

타이거 우즈 사고 지점[그림=구글 지도 발췌]


사고 지점은 호손 대로와 팔로스 베르드 드라이브 노스를 가로지르는 교차로를 갓 넘어서다.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제한 속도는 45mph(72km/h). '트럭 등 큰 차량은 저단 기어를 넣어야!'라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을 정도다.

발 빠른 신고에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했다. 스키드 마크와 깨진 자국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안전벨트를 맨 상태였고, 에어백이 터져 있었다. 음주나 약물, 마약의 증거는 없었다.

천만다행이다. 집들이 많은 곳이고, 좁은 도로라 자칫 잘못했으면 건물에 차가 부딪칠 뻔했지만, 풀숲으로 굴러간 것은 천운이라고 보여진다.

소방관들은 앞 유리를 부수고, 그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앰뷸런스를 통해 하버-UCLA 메디컬 센터로 달렸다. 사고 장소에서 병원까지는 6.7마일(10km) 거리이고, 평균 22분이 소요된다. 잠페리니 필드 공항 근처 토런스 메모리얼 메디컬 센터가 가장 가깝지만, 우즈나 그의 매니저(마크 스타인버그)의 요구대로 더 큰 병원으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타이거 우즈의 팬과 하버-UCLA 메디컬 센터 표지판[사진=연합뉴스 제공]


응급 수술이 시작됐다. 우측 다리에 심각한 부상이 있었다. 정강이뼈와 종아리뼈가 산산이 조각(7조각 이상)나고, 피부(두 조각)를 뚫고 나왔다. 아니시 마하잔 박사는 "정강이뼈에 철심을 삽입하고, 발과 발목뼈는 나사와 핀으로 고정하는 응급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을 통해 부상 부위를 안정시키고, 상처 부위의 붓기도 가라앉혔다"고 밝혔다.

우즈 재단도 "우즈가 깨어났고, 의식이 있으며 병원에서 회복 중"이라며 "의료진, LA 카운티 경찰, 소방당국에 감사하다. 더 이상의 추가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 직후 가족과 친구들이 당도했다. 여자친구인 에리카 허먼과 캐디 조 라카바(이상 미국)가 우즈 옆에 붙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계각층에 있는 사람들이 우즈를 응원했다. 전설적인 복서 마이크 타이슨(미국)은 "챔피언처럼 싸워서 이겨내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손흥민(29)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축구선수 개러스 베일(웨일스)은 "우즈에게 기도를 보낸다. 챔피언이 나아지길 빈다"고 이야기했다. 세계남자골프랭킹(OWGR)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은 "우즈와 관련된 뉴스를 보는 것이 싫다. 그가 벤 호건처럼 돌아오길 바란다. 누구든지 할 수 있다면 그것은 TW(타이거 우즈)다"고 말했다.

가수(머라이어 캐리), 역대 미합중국 대통령(오바마·트럼프) 등 전 세계 셀럽들이 그에게 기도를 보냈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위치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18번홀 앞 해변에는 한 아티스트(로버트 로이드 오글 3세)가 우즈를 상징하는 TW 마크를 그렸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댓글에 '눈물을 흘리는' 이모티콘과 G.O.A.T(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를 뜻하는 '염소' 이모티콘을 달았다.

며칠 전 '우즈 옆에 서서 행복했다'는 호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를 통해 "우즈를 생각하고 있다. 수술이 잘 끝나길 빈다. 제발, 좋은 뉴스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타이거 우즈와 함께 서게된 맥스 호마[AP=연합뉴스 제공]


사고 전날 우즈와 라운드를 했던 웨이드는 '타이거'라는 글자와 함께 '기도'하는 이모티콘을 셀 수 없이 적었다. 그리고는 "치유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 잔디 위에서 함께하는 다음 레슨을 기대할게"라고 적었다.

사고 당일 촬영과 골프 라운드 목적으로 만나기로 했던 브리스와 허버트는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미국의 한 매체는 '우즈가 늦어서 과속한 것'이라고 봤다.

우즈는 목표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쉼 없이 달렸다. 표면적으로 나온 것만 '다섯 번째 허리 수술에서 회복'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일정 소화' '웨이드와 라운드' '쿼터백들과의 라운드' '촬영' 등이다.

기록에 대한 압박도 있었다. 그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다승인 82승을 보유하고 있다. '누디' 샘 스니드(미국)와 동률이다. 1승을 더하면 유일하게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남길 수 있다. 메이저 우승은 15승이다. 18승인 '황금 곰' 잭 니클라우스(미국)를 넘기 위해서는 3승이 필요하다.

그의 마지막 82번째 우승은 2019년 일본 조조 챔피언십에서다. 우승 직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그는 묵었던 호텔로 향했다. 일본 TV 채널과의 인터뷰가 잡혀있었기 때문이다. 1시간이 지난 후 로비에서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신이 없어 보이고, 헐떡였다.

여자친구(허먼)와 매니저(스타인버그)의 리드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전용기를 타고 미국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스쳐 지나가던 그에게 기자는 "축하해요, 타이거. 최다승인 83승 기대할게요"라고 말했다. 정신없이 "고마워요"라고 하던 그는 잠시 멈추어서 돌아보더니 "정말 고마워요"라고 눈을 마주쳤다. 찰나의 순간 그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는 정신없이 SUV에 몸을 실었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18번홀 근처 해변에 그려진 TW마크[사진=로버트로이드오글3세 트위터 발췌]


정신없이 '-ing'였던 우즈에게 잠시 쉴 수 있는 ','(쉼표)가 되길 기원한다. 다수의 매체는 복귀 가능성을 두고 판단한다. 하지만, 그와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브랜드가 내세우는 말처럼 '불가능은 없다'고 본다.

전설적인 카 레이서 미하엘 슈마허(독일)는 130mph(209km)로 달리다가 뼈가 부러지는 사고가 나서 큰 수술을 받았지만, 14주 만에 회복했다.

존슨이 언급한 벤 호건(미국)은 1949년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전 아내를 보호하려고 몸을 날렸고, 다행히 운전석에서 벗어난 그는 목숨을 구제할 수 있었다.

다만, 수많은 골절상(쇄골, 발목, 갈비뼈)과 혈전이 생겼다. 당시 의사는 "순환계에 문제가 생겼고, 다시 못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란 듯이 다시 걸었고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사고 전 3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보유하던 그는 사고 후 6개 트로피를 추가했다.

존슨의 말로 글을 마친다. "누구든 할 수 있다면 그건 TW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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