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아끼던 사원 못지킨 죄, 죽음처럼 힘들었다”

2021-02-1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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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퇴임 앞두고 산문집 출간…“복잡한 가족사, 오히려 긍정 작용”

7년 넘게 맡았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리에서 다음달 물러나는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박 회장은 17일 산문집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를 출간했다. 처음으로 펴낸 이 책을 통해 박 회장은 그가 경영인으로서 경험한 일화들과 함께 ‘박용만’이라는 사람이 어떤 활동을 하고 생각을 하며 사는지를 풀어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내용을 기술하는 자서전이 아닌 산문집을 쓴 박 회장은 그의 어두웠던 과거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그조차 역시 인생의 일부분임을 강조한다.

‘그늘까지도 인생’이라는 책 제목처럼 명과 암을 모두 받아들인 박 회장은 책을 통해 “내 삶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다”며 “그것이 불편하면 내가 삶을 바꾸면 될 일이지, 바꾸지 않으며 감추거나 포장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달랐던 큰 형, 故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너는 내 동생”이라는 말을 들었던 일화나 미국 보스턴대 MBA를 마친 뒤 두산그룹의 일을 맡게 된 시절을 떠올리며 박용만 회장은 복잡한 가족사가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돌아봤다.

박 회장이 매년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 부모님들에게 일일이 ‘자식처럼 잘키우겠다’는 편지를 전달하거나 말단 사원들과도 메일·메신저를 통해 소통하는 이야기도 책에 소개됐다.

직원들이 ‘아버지’, ‘회장 아버지’라고 부를 때마다 행복감을 느낀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2015년 신입사원 희망퇴직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와 속내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사랑하고 아끼던 어린 사원들을 지키지 못한 죄로 ‘신입사원에게 희망퇴직을 강요한 비정한 인간’으로 낙인찍혔던 순간은 죽음과 같이 힘든 시간이 됐다”고 털어놨다.

박 회장의 뜻에 따라 출판사 측이 문장을 거의 수정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고쳐진 글은 ‘남의 글’이라는 그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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