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5조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CEO들의 사회 환원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 8일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 본인 재단에 사재 8500억원 출연
김 의장에 앞서 가장 많은 금액을 사회에 환원한 CEO는 총 8500억원을 출연한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명예회장이다. 정몽구 회장은 2007년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현 현대차 정몽구재단)을 설립하고 6년에 걸쳐 사재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6500억원 어치를 내놓았다.안철수, 안랩 보유 주식 절반 기부···'노블레스 오블리주' 강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재산 절반을 사회에 환원한 바 있다. 2011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안철수 대표는 자신이 설립한 안철수연구소(현 안랩) 주식 지분 절반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혔다. 당시 안 대표가 보유한 주식은 안철수연구소 지분 37.1%로 이 중 절반은 15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안 대표는 안철수연구소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입은 입장에서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기부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家, 3개월 만에 8000억원 사회 환원
삼성가는 단기간에 사재 8000억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했다. 2006년 2월 삼성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 계열사 등이 장학재단 기금으로 450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3개월 만에 삼성은 이건희‧이재용 부자가 보유한 주식 3700억원, 계열사 지분 2100억원, 이건희 회장 막내딸 고(故) 이윤형씨가 보유한 삼성 계열사 지분 약 2200억원 등 총 8000억원을 사회에 헌납했다. 당시 정부는 삼성이 기부한 8000억원을 소외계층을 위한 장학사업에 사용했다.
김재철·이수영·정문술 등 성공한 CEO들의 사회 환원 창구 'KA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CEO들의 대표적인 사회 환원 창구다. 지난해 12월 16일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AI 인재양성을 위해 사대 500억원을 KAIST에 기부했다. KAIST는 김 회장 뜻을 기려 AI대학원 이름을 ‘김재철 AI대학원’으로 바꿨다.KAIST에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한 CEO는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이다. 2013년부터 KAIST 발전재단 이사장을 맡아온 이 회장은 지난해까지 부동산 등 총 766억원을 기부했다. KAIST는 이 기부금으로 ‘이수영 과학교육재단’을 설립해 노벨상 연구 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은 은퇴를 선언한 2001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KAIST에 총 515억원을 기부했다. KAIST는 정 회장이 기부한 금액을 ‘정문술 기금’으로 적립하고 ‘바이오 및 뇌 공학과’ 설치에 사용했다.
시장 커지는 게임 업계···CEO는 사회 환원에 힘써
지난달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도 모교인 KAIST에 100억원을 기부했다. 크래프톤 전신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FPS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제작한 블루홀이다.이번 기부로 장병규 의장은 카이스트 동문 중 최초로 100억원 이상 기부한 사람이 됐다. 앞서 카이스트 동문 중 가장 많이 기부를 한 사람은 지난해 10억원을 내놓은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이었다.
국내 게임 업계 상위권인 넥슨 창립자 김정주 NXC 대표도 2018년 사재 1000억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넥슨이 설립한 비영리재단 넥슨재단은 김정주 대표 사재 출연 주요 통로다.
실제로 김 대표는 넥슨재단을 통해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완화의료센터와 대전·충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위해 50억원을 전달했고 내년까지 50억원을 추가로 기부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14년에는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200억원을 내놓았다.
앞으로 CEO들의 사회 환원 행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기부를 통해 정부가 하기 어려운 장기 R&D(연구·개발) 사업이나 사회 양극화,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운 분들을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 관계자가 많아지는 기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장기적 기업 전략으로 봤을 때 기부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 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