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先해제 vs 핵농축 중단'...美바이든-이란 하메네이, 핵협정 복귀 놓고 기싸움

2021-02-0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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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先조치 없인 협상 중단'...바이든, 짧고 단호하게 의사 표명

헤메네이, 이란 의무 이행 강조하며 '美 제재 해제' 우선 강조해

이란핵협정(JCPOA) 복귀를 놓고 미국과 이란이 본격적인 기싸움을 시작했다. '제재 해제'와 '우라늄 농축 중단' 선후 시행을 놓고 양국의 지도자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까지 나선 상태다.
 
7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먼저 중단하지 않는 한 미국이 대(對) 이란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암시했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이란의 선조치가 따르지 않는 한 바이든 대통령이 핵협정 복귀 협상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하고 있다.
 
        [출처=유튜브/CBS]
 
다만, 이날 인터뷰에서 해당 부분은 짧게 지나갔기에 향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CBS 이브닝뉴스에 출연한 바이든 대통령은 노라 오도넬 편집장과 중국과의 관계를 이야기하던 도중 이란과 관련한 질문 두개에 짧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오도넬 편집장이 "미국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부르기 위해 제재를 먼저 해제할 것인가?"라고 묻자 바이든 대통령은 "아니요(NO)"라고 대답했고, 이어 오도넬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먼저 중단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하자 바이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와 같은 대화는 같은날 앞서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란공영TV에 출연해 이란 이란42주년을 앞두고 공군 지휘관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미국의 선 제재 해제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하메네이는 만일 이란이 (핵협정) 의무로 복귀하길 원한다면 미국은 실제로 모든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말이나 문서으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이란의 확정적이고 불가역적인 정책"이라며 "모든 국가 관료들은 이 문제에 대해 만장일치의 견해를 갖고 있으며 누구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메네이는 이날 트위터에서도 "이란은 2015년 핵합의에 따른 자신의 의무를 모두 이행했지만 미국과 3개 유럽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이란의 의무 이행 조치를 강조하고 미국의 제재 해제를 주문했다.
 
AP는 하메네이의 대미논평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핵협정(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은 지난 2015년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과 독일이 이란과 체결한 것으로, 이란은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6개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와 지원 합의를 담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직후부터 이를 '미국이 맺은 최악의 협정'이라고 폄훼하며 2018년 5월에는 결국 해당 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독자적인 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후보자 시절부터 미국의 '이란핵협정' 복귀를 강조해왔지만, 취임 후 핵협정 복귀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이란의 의무 이행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2019년 5월 핵합의 조항 이행 범위를 축소한 후, 지난해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과 이란의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의 암살 이후 양국의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하면서 우라늄 농축 재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12월 이란 상원인 헌법수호위원회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개국이 2개월 안에 원유와 금융 거래를 재개하는 등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경우 20% 농도까지 우라늄의 농축을 허용하고 오는 21일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거부할 수 있다는 법안을 제정했다.
 
다만, 전날에 이란 외무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4일 예멘 내전과 관련한 미국의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양국에 훈풍이 부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했다.
 
다만, 이란과 미국의 협상에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온건 성향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임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오는 6월 이란 대선에서 반미 성향의 새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 때문이다.
 
이 경우 이란이 더욱 완강하게 입장을 펼치며 양국의 핵협정 복귀 협상은 물건너 갈 공산이 크다.
 
한편, 이날 CBS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의 대외관계에 대한 생각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다루지 않겠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화의)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했던 방식이 아닌 국제적 규칙이라는 수단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과거 2011년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부통령 자격으로 방중했을 당시를 언급하며 "부통령 시절 시 주석과 24~25시간 독대를 했고 1700마일을 함께 여행해 다른 어떤 세계 지도자들보다 시 주석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면서 "시 주석은 매우 영리하고 터프하지만, 전혀 민주주의적이지 않다.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시 주석을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는 줄곧 시 주석에게 극심한 경쟁이 있을 뿐 우리가 갈등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왔다"고도 강조했다.
 

7일(현지시간) CBS 이브닝뉴스에 출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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