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그리고 우리] ②'경험' 중요해진 AI, 코로나 팬데믹 구원투수될까

2021-02-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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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콘텐츠 제작에 딥페이크 기술 적극 활용

소비자 '경험' 핵심...산업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사생활 침해는 숙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주목 받은 인공지능(AI). 전문분야라는 특성 때문에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AI가 친숙한 개념으로 자리잡는 듯하다. 엔터테인먼트로의 확장으로 우리 삶에 한 발 더 깊이 들어오면서다. 지난 2016년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과 대국을 치른 알파고를 시작으로, 전 프로골퍼 박세리와의 골프 대결, 유명가수와의 노래 대결 등으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특유의 확장성 덕분에 전 세계를 신음하게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종식에도 큰 기여를 할지 기대감이 나온다.

◆엔터테인먼트로 확장하는 AI...핵심은 '경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AI를 접목하는 실험은 외국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월트 디즈니다. 디즈니는 딥페이크(deep fake)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딥페이크란 AI 기술을 활용해 기존 인물의 얼굴이나 부위에 또 다른 이미지를 합성해서 만드는 영상편집물을 말한다. 유명 배우의 표정과 움직임을 저장해 두었다가 다른 배우의 얼굴에 복제해 활용하는 식이다. 컴퓨터그래픽(CG) 효과를 떠올리면 쉽다.
 

[사진=아주경제DB]


만화 캐릭터의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간소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창작의 확장성이 넓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배우 섭외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다. 지난 2019년 '디즈니+'라는 이름으로 OTT(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사업에 뛰어든 디즈니 입장에서는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AI가 매력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AI와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올해로 창업 75년을 맞는 독일 강소기업 '데스마(Desma)'의 크리스티안 데커 최고경영자(CEO)는 ‘프로듀테인먼트(Produtainment)’라는 용어를 직접 만들었다. 프로듀테인먼트는 ‘생산(production)’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의 합성어다. 소비자의 ‘경험’ 기회를 생산에 활용한다는 개념을 담고 있다.

신발 제작 전문인 데스마는 본래 사출기 등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 제조회사였다. 이후 로봇·자동화·디지털 솔루션까지 신발과 관련된 모든 플랫폼으로 범위를 넓혔다. 전 사적인 디지털화를 추진한 건 올해로 10년째다. AI와 3D(3차원) 프린팅 기술의 잠재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데스마가 밀고 있는 핏스테이션(fitstation)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소비자가 스스로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생체분석을 통해 신발 형태가 만들어지고 돈을 내면 생산과 선적에 들어간다. 주문부터 선적까지 1시간 내에 이뤄지는 게 핵심이다. 공장에서 물건을 대량 생산한 뒤 창고를 거쳐 소비자에게 넘기는 시간을 단축했다. 일방적으로 공급하던 기존 제조업에서 벗어나 일종의 맞춤형 서비스를 구현한 것이다. 

데커 CEO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AI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의 요구와 피드백을 얼마나 빨리 활용하느냐에 따라 브랜드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며 "AI와 3D 프린팅 등의 기술을 활용하면 프로듀테인먼트가 훌륭한 '사이드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시대, 백신·치료제 개발 기대감 높이는 AI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AI 기술의 활용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 나온다. 특히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실제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 예측부터 치료약 개발까지 전방위에서 AI와 빅데이터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AI·빅데이터 기반으로 바이러스와 환자 데이터의 패턴을 식별해 진단과 치료에 사용하는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에 다국적 제약사 GSK의 면역증강제 'AS03'을 병용투여하는 임상 1/2상을 시작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AI전략센터에 따르면 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는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만든 의료용 AI ‘알파폴드(AlphaFold)’를 이용해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다. 딥러닝은 컴퓨터가 생각하고 배울 수 있게 하는 기술로, AI의 핵심 중 하나다. 사물이나 데이터를 분류한 뒤 예측하는 데 주로 활용한다.

영국의 스타트업인 엑시엔타(Exscienta)는 지난해 AI 설계 약품 분자를 발표했다. 알고리즘이 분자구조를 개발하는 데 1년여가 걸렸다. 평균 5년이 걸리는 기존 연구방식에 비해 시간적인 효율성을 높인 셈이다. 호주 플린더스 대학교 연구진은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활용해 코로나19 백신 후보를 개발·테스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AI를 활용하면 백신과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임상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지능형 로봇과 드론 등을 통해 의료 인력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코로나19가 AI 기술 고도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숙제는 남아 있다. 윤리 문제와 사생활 침해 이슈가 늘 따라다녀서다. AI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와 인권 문제가 대두될 수 있는 탓이다. 

미국 뉴욕에서 발행되는 '뉴욕데일리뉴스'는 최근 보도를 통해 딥페이크를 둘러싼 문제점을 지적했다. 누구나 영상 조작에 가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지만 명예훼손법 등 현행 법안으로는 딥페이크 동영상의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대부분 국가에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사생활을 침해 당해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다.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의 사생활 침해 문제와 팬데믹 사태 종식 이후 정부의 (정보) 감시 능력, 사회 통제 제재 필요성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데이터 익명화, 수집 목적에 부합하는 데이터 활용, 지식 공유 등을 주요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주 소재 소프트웨어 기업 아틀라시안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스리 비스와나스도 최근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5년 동안 늘어나는 데이터·개인정보보호 규정이 AI와 머신러닝(ML) 모델을 설계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데이터 관리에 대한 투자가 AI 시스템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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