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에 빗댄 이름을 가진 한국의 브라우저가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정식 출시 3년을 갓 넘긴 '네이버 웨일'이 전국 각급 학교의 학생·교사·교직원을 이용자로 끌어안는 비대면 교육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네이버 웨일 팀은 자사 중심적 클라우드·협업툴·기기를 공급하며 국내 교육·협업 시장 기회를 노리는 구글 등 다국적 IT기업의 공세에 맞서, 국내 교육 실정에 더 나은 선택이 되겠다는 뜻을 품었다. PC·모바일 앱 개발을 넘어 전국 학교 공동체의 연결·소통 수단, 나아가 디지털 교육 혁신의 기반을 제공하겠다는 메시지다. 2일 웨일 브라우저·플랫폼 개발 방향과 주요 사업전략을 이끌고 있는 김효 네이버 웨일 책임리더와 만나, 최근 성과·올해 계획을 묻고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교육플랫폼 '웨일스페이스 포 에듀케이션'의 현황은?
Q. 네이버의 교육플랫폼은 어떤 가치를 지향하나?
"더 좋은 교육서비스를 시·도 교육청과 학교가 만들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오픈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선 교육현장에서) 화상수업에 뭘 쓴다든지 이런 논의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고민한다. 하지만 무슨 도구를 쓸 것이냐는 교육의 핵심적인 일이 아니라 그 자체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없다. 참여자들이 교육의 핵심에 집중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그 (기술을 제공하는) 역할은 저희가 플랫폼을 통해 하려고 한다."
Q. 교육용 노트북PC인 '웨일북'까지 만들고 있는데.
"학생들이 편하게 쓸 수 있는 기기를 제공하는 것도 플랫폼 제공자의 역할이라 봤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쓰면서 유용한 서비스도 많아졌다. 그런데 일정관리 앱과 같은 서비스가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어떻게 전달됐겠나. 이용자와 어떻게 통신할지, 이런 비핵심적인 것을 고민해야 했을 것이다. 좋은 서비스가 나오려면 기초 수준을 보장하고 계속 높여 가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디바이스 제공도 저희가 할 테니 현장에선 교육의 핵심을 더 고민했으면 했다."
Q. 웨일북 또한 교육 플랫폼의 일부라는 얘긴가?
"과거 웹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 '파편화'였다. '아, 이게 어떤 브라우저에서, 어떤 기기로 돌아야 하지'를 고민하게 한 것이다. 이걸 제거하고 표준화한 것이 웹표준인데, 기기도 마찬가지다. 일선 교육 환경에서 표준 (하드웨어) 역할을 해주면, 그에 맞춰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된다. 사용자에게 최적 전달하는 것은 기기가 해줄 거고. 그러려면 관리하기 쉽고 편해야 한다."
Q. 과거 교육용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성공하지 못했다.
"플랫폼 개발을 위해 다녀 본 학교 중 수업을 위한 공용 태블릿이 있지만 잘 안 쓰이고 관리도 안되는 모습을 봤다. 교육 현장에 기기만 제공한다고 잘 활용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기기가 하나의 서비스와 맞물려서 살아있는 것처럼 작동해야 하는데, 이제까진 그런 단계로 운영되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디지털교과서 보급이 실행됐더라도 학생이 실제로 그걸 어떻게 쓸지 고민하기 시작하면 얘기가 더 어려워진다."
Q. 각 가정에 인터넷 이용 기기가 보급돼 있잖나?
"최근 코로나 관련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비대면 수업 관련 장면이 있었다. 이 방식에 아주 만족하는 가정은 컴퓨터 모니터가 있고 그 위에 아이패드를 올려서 같이 쓴다. 화상수업과 동시에 검색도 하고 문서작성도 한다. 부모는 집에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어 좋아 한다. 전환된 다음 장면에 나온 집은 아이가 엄마 핸드폰을 빌려서 삼각대에 세워 놓고 'e학습터' 수업을 본다. 켜놓고 그 앞에 누워 있다.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다."
Q. 말하자면 비대면 교육의 '무상급식'이 필요하다?
"맞다. 우리는 웨일 디바이스 1대만 있으면 누구도 이런 격차를 실감하지 않아도 되게 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무상급식처럼 비대면 교육 환경에서도 (학생들이 동등하게) 1인 1디바이스라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정부 역시 디지털 뉴딜 정책에 이같은 취지를 담은 교육분야 과제를 수행하는 것으로 안다. OS까지 자체 개발할 수 있는 웨일북을 통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면 웨일의 차별화된 UX와 기능 등을 탑재해 사용성과 가치를 함께 높여갈 수 있다."
Q. 외부 교육서비스 기업들이 플랫폼에 선뜻 들어올까?
"플랫폼 확산을 위해 교육청 산하 학교 전체 학생과 교직원 등을 확보하면서 접근하고 있다. 플랫폼이 교육 시장에서 대단위 이용자에 간편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 네이버 웨일스페이스 포 에듀케이션 플랫폼 참여자들은 플랫폼 가입자들에게 별도의 절차 없이 서비스를 선보이고 제공할 수 있다. 기존 사업자들은 정부 입찰을 거쳐야 되는 경우도 있고, 시장이 너무 파편화돼 실제 이용자에게 전달할 방법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고 했다."
Q.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리는 완전한 오픈 플랫폼이자 이용자에게 맞춤화(커스터마이징)를 보장한다. 반면 타사는 우리가 잘 만든 것을 그냥 쓰라는 접근을 취한다. 이용자가 그걸 도입하면 처음엔 아주 좋을 수 있지만, 쓰다가 제공자가 '우리 이렇게 바꿀거야' 하고 정책을 크게 바꾸면 따라가든지 대책을 세우든지 해야 한다. 우리가 플랫폼을 만들기 전에 브라우저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기반 기술을 가진 글로벌 기업의 플랫폼에 종속되면 어느 순간 그 정책에 휘둘리게 된다."
Q. 글로벌 기업의 대안 교육플랫폼을 제공하려는 건가?
"대안이 되고 싶고, 그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되고 싶다. 초기 현장미팅을 할 때, 우리와 협업하면 네이버에 맞춰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더라. 그분들은 과거 MS와 그렇게 일한 적이 있는데 상대만 웨일 팀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하지만 우리는 확실히 차별화된 오픈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교육청 담당자, 일선의 선생님과 계속 만나, 유용한 스펙이나 기능 요구사항을 듣고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플랫폼사업과 시스템통합(SI)의 경계에 있는 기분일 정도다."
Q. 관련 데이터 자산화도 포기했던데, 남는 게 없지 않나?
"네이버도 그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은 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사용해 뭔가 (개선된 교육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목적을 고려한다면, 네이버가 모두 갖고 혼자 분석해 만드는 것보단 시·도 교육청, 각급 학교가 현장에서 고민해 만드는 것이 양·질적으로 낫지 않을까. 구글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네이버는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의료와 마찬가지로 공공성을 띤 분야다. 어떤 백신제조사가 '경쟁사 것 망가뜨리고 우리 것만 팔겠다'고 한다면 그리 좋아 보이진 않을 거다."
Q. 네이버클라우드와 긴밀하게 협업 중이라고 들었다.
"교육 플랫폼 사업을 하면서 항상 같이 다닌다. 공교육 현장에 플랫폼을 적용하려고 할 때 낡은 인프라를 놔두고 플랫폼만 쓰는 게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 플랫폼과 인프라가 이렇게 저렇게 연결되고 그런 것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클라우드 도입 컨설팅이 필요해진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웨일 서비스에 필요한 백엔드 운영을 맡고 있고, B2B·B2G 측면으로 접근하는 사업 활동에도 많은 역할을 해 주고 있다. 교육청 교육 디지털전환 구상에서 원하는 부분도 지원한다."
Q. 웨일북과 교육용 플랫폼을 어떻게 발전시킬 건가?
"웨일북에 탑재되는 '웨일OS'를 크로미엄OS 기반으로 개발 중이다. 크로미엄OS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웨일스페이스를 집어넣고 연동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다. 크로미엄OS에 백엔드 서비스를 붙이는 게 가장 큰 일이다. 교육용 네이버웍스를 특별히 과금하지 않고 포함시켜서 웨일스페이스 라이선스에 기본 제공하고 있다. 웨일스페이스에선 네이버도 하나의 서비스제공자로 참여한다. 학습관리시스템(LMS)뿐 아니라 기본 검색엔진 영역도 타사 것을 쓸 수 있다."
Q. 올해 웨일 팀의 전체 운영목표는?
"웨일 브라우저 이용자를 계속 늘리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지금도 이용자 그래프는 웨일 출시 이래로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걸 이어가면서 좀 더 혁신적인 네이버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두번째 목표는 이제 브라우저 하나만이 아니라 플랫폼을 전체적으로 확산시켜야 하기 때문에, '웨일스페이스'의 이용자 규모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다. 경남교육청 외에 협약을 맺는 교육청 몇 곳을 더 확보하고, 웨일 디바이스도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