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불모지인 서울 관악구에서 보수정당 후보로 처음으로 당선됐다. 40대의 젊은 나이에 교섭단체의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연극인 출신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의 얘기다. 다소 특이한 이력을 가진 오 전 의원은 ‘공감’ 능력을 본인의 강점으로 내세우고 쟁쟁한 후보들이 즐비한 야권의 경선에 뛰어들었다.
오 전 의원의 전선은 명확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의 유력주자들은 10년 전 ‘그때 그 사람들’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 주자들은 ‘86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했다. 정치권 97세대(90학번‧1970년대 생)의 대표주자인 오 전 의원이 그은 선은 세대를 넘어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전선이다.
◆“서울시장 보선, 文정부 심판···새 인물 필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한국 정치에서 갖는 의미는.
“문재인 정권 4년 차, 박원순 전 서울시장 9년 임기 뒤 치르는 선거다. 시민들의 입장에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올해가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후 발생할 K 양극화 등 불안하고 어려운 고통스러운 삶의 한복판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문재인 정부가 실정했던 부동산 대란, 잘못된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한 피해 등에 대해 시민들이 심판한다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코로나 이후의 삶에 대해서, 시민들의 삶을 어떤 정당이 손잡아줄 수 있는지, 지켜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까. 유권자는 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싶은 생각일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어려운 선거에 등판했다. 오신환만의 비교우위는.
“공감 능력과 비전 제시 능력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가장 절실하지만 부족한 부분이기도 하다. 저는 97세대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IMF 세대이기도 하고, 일자리 위기, 부동산 대란의 직격탄을 실제로 겪는 세대다. 결과적으로 서민들과 청년들의 아픔들을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로 체화해서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86세대보단 월등히 앞선다고 생각한다. 당내 최연소 후보로, 현실에 놓여있는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귀 기울이고 그걸 정책으로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중도 확장성, 청년 확장성이 중요할 거 같은데 청년 정치를 해오면서 지금까지 성장했다. 계층을 넘어서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외연 확장성을 분명히 갖고 있다.”
-이른바 안철수, 나경원, 오세훈 예비후보와 비교해 인지도가 열세다.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선거는 왕도가 없다. 왜 오신환이어야 되는지 시민들께 적극적으로 알리겠다. 선거에서 과거와 미래가 싸우면 반드시 미래가 이긴다고 생각한다. 안‧나‧오라는 인물들은 과거 10년 전의 인물들이다. 그 인물들이 다시 출연해서 민주당과 정치적 진흙탕 싸움을 하는 것은 서울시민께도 서울시에도 적절하지 않다. 제가 가진 미래비전과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제 능력을 시민께 알리고 당원께 알리면서 컷오프를 돌파할 것이다.”
◆“황교안식 오른쪽, 백전백패···중원 장악해야”
-여당의 후보인 우 의원의 경우 86그룹의 대표주자이고, 박 전 장관도 비슷한 세대다. 이들의 문제는.
“소위 민주화 세력이라고 하는 분들이 당시 새로운 시대를 열 때 했던 역할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너무 오랜 시간 기득권화돼 왔고, 그 기득권을 공고히 하면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 86세대에 눌린 97세대와 30~40대가 있다. 97세대는 졸업과 동시에 IMF를 겪으면서 어떻게 생존할까, 그런 고민 속에서 성장했다. 아이를 낳고 살만하니 여전히 86세대가 모든 사회 계층에 다 자리 잡고 있더라. 그들은 한마디로 이념 과잉이다. 이념 과잉의 시대를 거쳐서 지금의 모든 조직 문화, 행정, 국가운영도 이념에 치우쳐서 추진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시장의 교란, 부동산 문제 결국 이념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시장은 시장의 원리가 있는데 그걸 존중하지 않고, 본인들이 생각하는 이념 속에서 시장을 컨트롤하고 규제할 수 있다는 오만이 국민을 힘들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야권으로선 질 수 없는 선거다. 향후 어떤 영향이 있을지. 국민의힘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보궐선거 이후에 바로 대선국면이라 더 의미가 큰 거 같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큰 선거에서 계속 패배했다. 그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되는 절박한 상황이다. 당이 조금 더 용감하게 변화하고 개혁해야 한다. 여전히 국민의힘에 대한 비호감도가 남아있다. 그래서 우리가 어딜 바라보고 정치를 할 것인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우리 당이 여전히 갖고 있다고 본다. 그것(변화)이 보수의 가치를 버린 것인 양 오판하고 있는데, 저는 여태껏 정치를 하면서 제가 보수 정치인이 아니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과거 황교안식의 오른쪽으로 가는 노선을 걷게 되면 백전백패라고 본다. 중도층에 소구해 우리가 중원을 장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절박한 문제다. 거기에 대해 당 지도부나 구성원들이 절실함이나 절박함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위기감 속에서 좀 더 과감하게 개혁해야 된다.”
◆“국민의힘 경선 열차 출발, 安과 단일화 이후”
-서울시장 보선의 최대 변수는 안 대표와의 단일화. 개인적으로 어떻게 전망하나.
“이미 국민의힘 경선 열차가 출발했다. 안 대표가 타이밍을 놓치면서 이제 남은 단일화의 과정은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된 그 시점이다. 지금은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좋은 후보를 뽑는 데 집중해야 한다. 경선 과정이 변화와 혁신의 기회가 돼야 한다. 정책과 미래비전을 보여주면서 더 많은 확장성을 가져야 한다. 정책을 통해서 범야권 지형의 외연을 넓혀가는 게 더 중요하다.”
-국민의힘, 국민의당 양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의 입당이나 합당설이 계속 나온다.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저는 안 대표가 잘 이해가 안 된다. 지난해 12월 20일 출마선언할 때 ‘내가 왜 서울시장 되고자 하는지, 내가 이런 비전으로 서울시장이 되겠다’는 내용이 없었다. 야권 진영의 단일후보가 되겠다고 하는 게 어떻게 출마 선언인가. 그건 정당정치에도 맞지 않는다. 출마 자체가 단일화라는 걸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정당정치와 민주주의 철학의 부재다. 단일화 논의에 선거가 완전히 매몰돼서 이슈가 묻힌 측면이 있다. 본인(안철수)은 단일화 방식에 대한 입장 표시를 하지 않고 흐지부지 지내오다가 경선 열차가 떠나니까 적극성을 띠면서 자기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 행태가 오히려 단일화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자기로 단일화해 달라는 건 말이 안 된다. 말은 희생하고 조건 없이 응하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좀 솔직하게 본인의 입장을 표시할 필요가 있다.”
-지금 야권 단일화라고 하는 건 결국 반문연대다. 이런 프레임이 한국 정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피로감이 있다. 결국 선거제도의 문제다. 승자독식으로 인해 1:1 구도, 49대 51의 싸움을 만들어야 하니 그런 한계가 있는 것이다. 민주당 정권을 심판해야 하는 입장에서 야권 분열을 피해야 하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공학적으로 단일화되면 이긴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 단일화 과정, 누구로 단일화가 되는지,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 그 과정을 잘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저렇게 지난하게 서로 밀고 당기는 단일화 논의를 하다 보면 시민 피로감이나 불쾌감 등으로 물거품처럼 지지가 빠지고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대담=최신형 정치사회부장·정리=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