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구속] ‘국정농단’ 이재용, 징역 2년6개월·법정구속...‘시계 제로’ 빠진 삼성

2021-01-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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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17년 2월 처음 구속된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3년여 만에 재수감되는 불운을 맞게 됐다.

다시금 ‘총수 부재’ 사태를 맞게 된 삼성전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이번 사건의 본질이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그러한 본질을 고려해볼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마필 '라우싱' 몰수를 명령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연합뉴스]


재판부에 잇달아 선처를 요청했던 재계는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에 허탈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지난해 말 기업규제3법 국회 통과에 이어 현 정부의 ‘기업 옥죄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부재로 인해 그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반도체 비전 2030’ 등 뉴삼성을 향한 미래 먹거리 투자 등이 올스톱 될 위기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2시5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법정에서 즉각 구속됐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측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회삿돈으로 뇌물 86억8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2019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판결의 취지를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이번 파기환송심 도중 신설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 활동에 대해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에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앞서 재판부는 2019년 10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과감한 혁신과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재벌 체제 폐해 시정 등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공식출범한 준감위를 두고 재판부는 실질적으로 잘 운영되는지를 살펴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결국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에 대해 안타까움과 동시에 일제히 국내 경제의 악영향을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경영 공백으로 중대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됨에 따라 경제·산업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는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시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그가 속도를 냈던 ‘뉴삼성; 행보는 올스톱 될 가능성이 커졌다. 처음 구속 기소된 날부터 1년여간 수감 기간을 빼면 이날 실형 선고로 이 부회장은 약 1년 6개월간 복역해야 한다. 이 기간 동안 삼성은 사실상 ‘시계 제로’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내세운 ‘반도체 비전 2030(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달성)’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증설을 포함한 국내외 대규모 투자계획이나 유망 기업 인수합병(M&A)도 한동안 중단되는 한편 그에 따른 대규모 고용 창출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며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뜻을 펼치기도 전에 다시금 영어(囹圄)의 몸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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